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이하 케데헌)가 11일(현지시간)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올랐다. 할리우드에서도 보수적인 색채가 강해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던 골든글로브가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K팝 흥행 코드에 반응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에 ‘어쩔수가없다’로 시상식에 돌아온 박찬욱 감독은 수상이 불발되며 빈손으로 파티를 마쳤다.
‘미국發 K콘텐츠’ 골든글로브 뚫었다
케데헌은 이날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Best Motion Picture - Animated)을 받았다. 후보에 오른 ‘주토피아2’와 ‘귀멸의 칼날:무한성편’, ‘엘리오’ 등 쟁쟁한 경쟁작을 제쳤다. 작품을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은 트로피를 받은 뒤 “한국 문화에 깊이 뿌리를 둔 영화가 세계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믿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케데헌을 대표하는 사운드트랙인 ‘골든’은 최우수 주제가상(Best Original Song - Motion Picture)을 거머쥐었다. ‘아바타: 불과 재’, ‘씨너스: 죄인들’, ‘위키드: 포 굿’ 등을 누르고 작품의 서사를 관객에게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한 노래로 선정됐다.
케데헌의 수상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방탄소년단(BTS)의 수상을 외면한 그래미 어워즈와 함께 골든글로브는 영화·드라마 장르에서 보수적이고 폐쇄성 강한 시상식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2021년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미국 영화 미나리가 대사 대부분이 한국어라는 이유로 작품상 후보에서 배제하며 유명 배우들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다만 케데헌의 수상을 K콘텐츠의 성과로만 보긴 어렵다. 세계관 뿌리가 K팝에서 뻗어 나온 것은 분명하지만, 소니픽처스의 투자로 캐나다인 감독이 영어를 활용해 제작한 ‘미국발 콘텐츠’란 점에서다. 글로벌 제작 시스템과 자본이 뒷받침된 결과물이란 요소가 골든글로브가 받아들일 만한 결정적 명분이 됐다는 평가다. 앞서 지난 4일 열린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이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주제가 부문 수상작으로 케데헌을 선정한 것도 골든글로브의 문턱을 낮췄다. 북미 비평가 단체가 주최하는 크리틱스 초이스는 골든글로브와 함께 오는 3월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상) 전초전으로 꼽힌다.
박찬욱, 골든글로브 문턱서 또 고배
골든글로브의 이런 ‘전략적 수용’은 박찬욱 감독의 수상 실패와 맞물린다. 케데헌이 K팝이라는 장르를 글로벌 서사로 녹여낸 성과를 인정받은 반면, 한국적인 정서와 언어를 내세운 ‘어쩔수가없다’ 수상 불발은 골든글로브가 할리우드 시스템 외부에서 탄생한 한국영화에 여전히 높은 벽을 세우고 있는 것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어쩔수가없다’는 뮤지컬·코미디영화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이병헌), 비영어권(Non-English Language) 영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하나의 트로피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뮤지컬·코미디영화 부문 작품상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남우주연상은 ‘마티 슈프림’의 티모시 샬라메가 받았다. 비영어권 영화상은 영국 출신의 매슈 본 감독이 연출한 브라질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에 돌아갔다.
한국 영화는 골든글로브에서 크게 힘을 쓰지 못하는 편이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감독상, 각본상, 비영어권영화상 후보에 올라 비영어권영화상을 수상한 게 최초다. 이후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비영어권영화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하지 못했다. 한국영화는 아니지만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도 드라마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감독상, 각본상, 비영어권영화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 실패했다. 그나마 TV부문에서 ‘오징어 게임’이 2022년 TV부문에서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오영수 배우가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앞서 크리틱스 초이스(외국어영화상·각색상)에 이어 골든글로브에서도 고배를 마시면서 ‘어쩔수가없다’의 오스카 레이스는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초 북미 영화시장 흐름을 주도하는 주요 시상식에서 남긴 아쉬운 성적표가 오스카 투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다만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양성 측면에서 골든글로브와 비교해 보다 열린 행보를 보여왔고, 미국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가 영미권에서 공감할 만한 서사를 갖춘 만큼 수상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미국 LA 등 주요 도시에서 ‘제한 개봉’ 중인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16일부터 미국 전역 500개 이상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유승목 기자

3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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