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이효석문학상] 엄마가 꺼낸 임신 테스트기 … 공포에 질린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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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이효석문학상] 엄마가 꺼낸 임신 테스트기 … 공포에 질린 가족들

입력 : 2026.06.21 16:28

성혜령 '하악'
간밤의 그 꿈은 태몽이었을까
장애와 성욕·외모지상주의 등
'시선의 이중성' 다룬 문제작

성혜령 소설가.

성혜령 소설가.

언니 자인이 생일날 겪은 이야기다. 자인은 동생 태인을 만나러 시설로 간다. 발달장애를 가진 태인을 보기 위해서였다. 오래전 몸무게 90㎏을 넘긴 태인은 드라마 남녀 주인공에 빠져 산다. 없는 형편에 두 딸을 홀로 키워낸 엄마 금옥은, 도착 후부터 느낌이 안 좋다. 간밤에 꾼 공작새 꿈이 아무래도 태몽 같아서다. 세 모녀는 화장실 마지막 칸에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꺼낸다. "이걸 꿈 때문에 샀다고?" "그 앨 누가 키울 건데? 네가 키워? 내가 키워?"

올해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진출한 성혜령 작가의 단편소설 '하악'의 줄거리다. 언니 자인이 하루 동안 만난 두 인물을 조명하는 작품으로, 장애를 가진 동생과 완벽해 보이는 외모를 가진 사촌동생 서린을 대비시키면서 공포로 돌변하는 돌봄의 무게와 가족으로서의 불안, 타인의 선망 뒤에 감춰진 생존의 이력 등을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날 저녁, 자인은 고모의 딸 서린을 만난다. 서린은 어릴 때부터 뭔가 달랐다. 얌전했고, 공부도 잘했으며, 또 예뻤다. 그러다 20년 전쯤이었을까. 서린이 자인의 자취방에 아무 연락도 없이 찾아와서는 며칠만 재워달라 했던 적이 있었다. 서린의 나이 열일곱이었다. 이유는 이랬다. 살짝 나온 주걱턱을 집어넣으려 한다는 것. 하악 수술을 받으려 설이나 추석 때 받은 용돈을 전부 모아 왔고, 심지어 엄마 패물까지 들고 왔다는 것. 그럼에도 서린에겐 이건 "대단한 모험이나 유쾌한 에피소드"였다.

자인이 보기에 태인과 서린은 너무 달라 보인다. 만약 태인이 정말 임신한 거라면 세 모녀의 미래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작품 속 가족에겐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문제여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반면, 게임 방송을 하며 지내는 서린에게는 삶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벼워 보인다.

하지만 서린의 고백으로 자인은 알게 된다. 서린에 대한 자신의 시선은 오해였음을. 완성된 인간처럼 보였던 서린 역시 불완전한 시간 위에 세워진, 위태로운 몸이었다.

장애인 시설에 입소한 태인과 하악 수술 후 부모에게 붙들려 기도원에 갇혔던 서린은 병치된다. 따지고 보면, 다른 삶을 산 듯이 보이는 태인과 서린은 실은 '몸' 때문에 어디론가 보내진 존재들이다. 자인의 가족도 고모네 부부도, 당사자를 '가족의 바깥'에 위치시키려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자인, 태인, 서린, 혹은 금옥이 아니라 '가족의 표정' 그 자체일 수 있겠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충분히 상상 가능한.

조해진 소설가는 "성혜령은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하는 불편함을 인물의 맨얼굴로 보여주는 작가인데, 이번 '하악'에서는 장애인의 성욕, 사이비 종교, 외모지상주의 등이 그 불편함의 실체다.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아니 선악을 구분할 힘도 없는 인물의 피로한 맨얼굴은 우리의, 사회의 이중성을 응시하게 한다"고, 강동호 평론가는 "가족이라는 가장 익숙한 장소가 어느 순간 가장 낯선 공포의 무대가 되는 과정을 집요하게 밀고 나간다. 이 소설의 섬뜩함은 외부의 괴물성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돌봄과 혈연, 친밀성의 내부에서 억압돼 있던 타자의 몸과 욕망이 불현듯 되돌아올 때 발생한다"고 평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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