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은 세계에서 유일한 경제 강국이다. 하지만 이제 도약을 하기 위해 새로운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 실패를 용인하는 역동적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라."
세계 경제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71·사진)가 20일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이같이 당부했다.
그는 "한국은 대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금융, 법률,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대기업을 중심으로 편중됐던 성장 에너지를 기술 기반의 혁신 기업으로 전환하는 역동성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예컨대 파산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업가는 실패에서 배우기 때문에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고프 교수는 "한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첫째도, 둘째도 '기술 창업'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은 이스라엘처럼 기술 부문에서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한국도 테크 기업을 키울 수 있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불가능한 미션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한국인이 대통령 탄핵소추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화의 저력을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주목했다. 그는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놀라운 결정"이라며 "한국이 이룬 기적은 제도가 아니라 한국 국민의 저력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신흥국이 아닌, 유럽의 '부자 나라' 리스크로 하방압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가장 취약한 국가는 공교롭게도 프랑스와 독일 같은 부유한 나라"라면서 "반면 신흥국은 놀랍게도 위기를 비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 윤원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