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에 생각나는 전쟁[임용한의 전쟁사]〈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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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생각나는 전쟁이라고 하면 단연 병자호란이다. 병자호란 개전일은 음력으로는 1636년 12월 8일, 양력으로는 1637년 1월 3일이다. 이 전쟁은 우리에겐 치욕적인 전쟁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전후의 행적을 보면 수치, 설욕 같은 단어는 수백 년간 난무했지만 반성과 제대로 된 개선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심지어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다.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였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침략에 저항하자는 주장이 잘못된 건 아니다. 그러나 적과 아군의 전력을 잘못 판단하고, 국제 정세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전투 상황에서도 도무지 현실을 보지 않고, 무책임한 원칙론만 주장했던 행동에 대해서는 반성을 해야 했다.

국제 정세에 까막눈이어서 청이 조선을 왜 침공했는지, 이들의 목표와 전략이 뭐였는지도 몰랐다. 청 태종이 직접 왔다고 하자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다”, “기만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인조가 성문을 열고 항복하러 나가려고 하자, 이것도 “우리를 끌어내서 죽이려는 속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성벽이 파괴돼 방어력을 상실했다. 마음만 먹으면 군대가 성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데 뭐하러 이런 꾀를 쓰겠느냐고 말해도 인정하지 않았다. 좌우간 모든 주장의 허구가 결과로 증명되었는데, 반성도 하지 않고 문제 분석도 하지 않고 고치지도 않았다.

다음 세대는 어땠을까? 다를 바 없었다. 사회 개혁, 국가 개혁 하자는 사람들은 외국과 비교도 해보지 않고 태곳적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을 외면하니 군대는 더 약해져 갔다. 정치가, 군인들은 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으면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고 큰소리만 쳤다.

희한하게 지금도 다르지 않다. 이 정도면 세계사의 미스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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