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을 하루 앞둔 가운데, 윤 대통령 방어를 위한 국민의힘의 '저지선 붕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표결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여당에서 8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는데, 벌써 7명의 의원이 찬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13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 표결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의원들은 김상욱, 김예지, 김재섭, 안철수, 진종오, 한지아 등 7명이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요건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300명 중 200명) 이상이다. 범야권이 192명이므로, 이제 국민의힘에서 1명만 더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 탄핵안은 통과 수순을 앞두게 된다.
親윤석열(친윤)계 좌장 격인 권성동 의원이 전날 원내대표로 선출, 원내 방향타를 잡은 만큼, '탄핵 반대' 당론은 유지될 전망이다. 권 원내대표는 "현재로선 탄핵 반대가 당론"이라며 "한 번 정해진 당론을 원내대표가 임의로 변경하거나 달리 적용할 수 없다.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당론을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당론을 바꾸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72명)이 동의해야 한다.
산술적으로 봤을 때는 1표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미 7명을 초과하는 의원들이 탄핵안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날 한 대표가 "탄핵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당론 탄핵 찬성을 촉구하고,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면서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을 거부한 게 원내 여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표결을 하루 앞두고 당내 여론전도 격화하는 분위기다. 친윤계 5선 중진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책임질 것은 책임지되 비굴해져서는 안 된다. 자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비굴한 배신자가 돼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의원들을 향해 사실상 반대 표결을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찬성 입장을 밝힌 김상욱 의원은 국회 본관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 "이대로는 보수가 절멸한다. 보수의 배신자는 윤석열"이라면서 탄핵 찬성을 촉구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어제 일반 내란 특검(내란 행위 진상규명 특별검사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는데, 결국 통과됐다"며 "내일 오전 의총에서 반대 당론을 확정하더라도 추가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