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공원 만들고 6억 분담금 내야 재건축… 도심 공급 ‘산 넘어 산’

6 hours ago 3

[토허제 확대 첫날]
도로 확충 등 기부채납 복잡하고… 공사비 급등으로 분담금도 치솟아
노원 도봉 강북 26개 재건축 구역중 20곳은 첫 단계인 안전진단 머물러
“정비사업 규제 풀어 공급 늘려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20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중개인이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20일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중개인이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988년 지어진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는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시공사를 한화로 선정했다. 2022년 GS건설로 시공사를 정한 뒤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원 분담금이 가구당 5억∼6억 원에 이른다는 추산 결과가 나와 이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시공사 교체 등 진통을 겪었다. 사업이 3년가량 지연됐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기 위한 기부채납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놓고 서울시, 구와 협의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와 논의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안마다 3∼4개월 정도,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린다”고 말했다.

● 겹규제에 공사비 상승까지 겹친 강북권 재건축

20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강북권 대표 재건축 지역인 노원·도봉·강북구 일대에서 현재 26개 구역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20개 구역은 첫 단계인 안전진단에 머물러 있다. 상계주공5단지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노원구 월계동 동신아파트만 초기 단계를 넘어선 상태다.

이 지역 재건축은 토지 면적이 작고 소형 아파트가 많아 용적률을 높여도 주민들이 20, 30평형대를 분양받으려면 수억 원에 이르는 분담금을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공원 조성, 도로 확충 등 복잡한 기부채납 제도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상계주공6단지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3676채를 공급할 계획인데 가구 수가 늘어나면서 현재(3000㎡)보다 3배 규모인 1만1000㎡ 규모의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등을 중재할 조정자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 조합 관계자는 “협의·조율할 일이 많은데 주민이 의견을 모으면 지자체가 반대하고, 지자체가 제안하면 주민 협의가 안 되는 식”이라고 토로했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전문 공공기관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면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은 일반분양 물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정비사업에서 나온 2만6723채 중 26.9%(7191채)가 일반에 분양됐다. 2022년 36.4%보다 약 10%포인트 줄었다. 일반분양을 늘려서 얻는 분양 수익보다 공사비 상승 등에 따른 손실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을 진척시키려면 수익성 개선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공급대책 좀 더 과감해야” 지적

전문가들은 정부가 확실한 공급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맹탕 대책’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규 택지 공급에서 실효성 있는 물량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2020년 정부는 군사시설인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개발해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국방부와의 협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고, 주민 반발 등이 강했기 때문이다. 용산역 정비창에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사실상 철회된 상태다. 앞선 9·7 공급대책에서도 규모가 큰 신규 택지는 발표되지 않았다.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규제 개선도 제때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발표된 재개발·재건축 안전진단 면제는 법 개정 등에 시간이 걸려 올해 6월에야 시행됐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에서 시행으로 방침이 바뀐 상태다. 서울은 29개 구역에서 가구당 평균 1억4700만 원이 넘는 초과이익 부담금이 부과될 거라는 추산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에선 신규 택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정비 사업 규제를 과감히 풀어 민간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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