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상호관세 부과를 강행하자 세계 경제가 메가톤급 충격에 빠졌다. 벌써부터 제2의 대공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자유무역 질서가 쇠퇴하고 보호무역주의 시대가 개막했다는 분석도 있다.
◇관세율 1909년 이후 최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상호관세 부과 등으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지난해 2.5%에서 올해 22% 수준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909년 23%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루 소놀라 피치 미국경제담당 책임자는 “(고율 관세는)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게임체인저”라며 “많은 나라가 경기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관세 부과는 세계 대공황을 부른 1930년 스무트홀리관세법에 맞먹거나 그보다 더 나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싱크탱크 케이토연구소의 스콧 린시컴과 콜린 그래보는 “이번 발표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1930년 스무트홀리관세법 이후 최고 수준이 된다”며 “이는 세계 대공황을 심화시킨 조치”라고 말했다. 더글러스 어윈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사학자도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관세는 스무트홀리관세법 때보다 훨씬 더 큰 일이 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0년대 초반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윌슨 국제상공회의소 사무차장은 “이번 관세 부과 조치는 1930년대 무역전쟁 시기로 돌아가는 시작점일 수 있다”고 했다.
◇라가르드 “닫히고 분열된 상황”
자유무역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나이절 그린 디비어그룹 최고경영자는 “세계 무역에 지진이 발생한 날”이라며 “미국과 세계를 더 번영하게 한 시스템을 트럼프 대통령이 날려버리고 있다”고 평가했다고 마켓워치가 전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미국 주도로 구축한 자유로운 국제무역의 시대가 갑작스럽게 막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로이터통신에 ‘뒤집힌 세계’에서 경쟁하기 위해 유럽이 경제개혁에 속도를 내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뒤집힌 세계’란 미국 주도 자유무역 시대의 종식을 뜻한다. 라가르드 총재는 탈냉전 이후 낮은 인플레이션과 무역 확대 등을 가리켜 “다자주의와 규칙 기반 질서에 전념해온 패권국 미국으로부터 모두가 수혜를 봤다”며 “이제 닫히고 분열되며 불확실한 상황과 싸워야 한다”고 했다.
◇미국 경제도 타격 불가피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의 안토니오 파타스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지표 부진과 불확실성을 예상하며 “세계적 침체라고 부를 만한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상호관세에 맞서 상대국의 보복 관세가 있으면 미국 성장률은 올해 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상호관세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단기 및 장기적으로 모두 감소시킬 것이며, 시행 초기 2년 동안 그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이 같은 성장률 감소는 미국 경제 규모가 매년 1000억~1750억달러만큼 축소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분석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사이먼 존슨 MIT 교수는 “많은 국가가 관세장벽 뒤에 숨어 성장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상호관세 발표 직후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주당과 협력해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를 철회하려는 결의안을 51 대 48로 통과시켰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임다연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