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번 도전 끝에 그린재킷 입은 매킬로이...커리어 그랜드 슬램 완성 [마스터스]

1 day ago 8

[오거스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13일(현지시간) 오후 2시 19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클럽하우스를 나와 코스로 향했다. 그의 첫 마스터스 우승과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을 기대하는 팬들의 함성이 울렸다. 6분 뒤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같은 길을 따라 이동했다. 역시 코스가 떠나갈 듯 큰 함성이 터졌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1번홀 진행 요원이 티잉 그라운드에 설치된 안내판에 챔피언조로 출발하는 로리 매킬로이와 브라이슨 디섐보의 이름으로 교체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연습그린에서 잠시 머무른 매킬로이와 디섐보는 마지막 4라운드 경기 시작 2분을 앞두고 나란히 1번홀(파4) 티잉 그라운드에 올랐다. 제89회 마스터스(총상금 2100만 달러) 우승 경쟁에 나서는 챔피언조의 등장에 팬들은 가장 큰 함성으로 맞이했다.

분위기는 흡사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을 떠올렸다. 미국에서 열린 경기여서인지 디섐보를 응원하는 함성이 더 크게 들렸다. 하지만, 매킬로이를 응원하는 팬도 많아서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로리 매킬로이가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오며 팬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매킬로이 첫 홀부터 더블보기...4번홀에 재역전

운명적인 대결은 시작부터 불꽃이 튀었다. 매킬로이가 1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하고, 디섐보가 파를 해 공동선두가 됐다. 이어 2번홀(파5)에서 매킬로이는 파, 디섐보는 2온 2퍼트로 버디를 잡아 리더보드의 자리가 바뀌었다. 최종일 선두로 출발해 1번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한 건 1990년 닉 팔도(잉글랜드) 이후 매킬로이가 25년 만이다.

하지만, 승부를 예측하긴 일렀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앞으로 남은 16개 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3번홀(파4)에서 대반전이 시작됐다. 매킬로이가 두 번째 샷을 홀 3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 다시 공동선두가 됐다. 이어 4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에 성공했고, 디섐보가 보기를 하면서 다시 3타 차 선두가 됐다.

5번홀(파4)에서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려 나무 아래 떨어졌다. 잔디가 아닌 나뭇잎 위에서 친 공은 그린을 살짝 지나 멈췄다. 20야드 거리의 어프로치 샷이 좋았다. 홀 뒤 2m 지점에 붙였고, 파 퍼트를 넣어 위기에서 벗어났다. 디섐보는 이 홀에서 파를 했다.

경기 시작의 분위기를 디섐보가 주도했으나 이후 3개 홀에선 매킬로이 쪽으로 기울었다. 초반 4개 홀에서 선두가 두 번이나 바뀌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매킬로이가 2타 차 선두로 시작해 1타 차 2위로 밀렸다가 다시 3타 차 선두로 나서는 대혼전이었다.

6번홀(파3)을 파로 넘긴 매킬로이는 7번홀(파4)에서 티샷한 공이 다시 나무 아래 떨어졌지만, 나무를 넘기는 절묘한 샷으로 2온에 성공했고, 2퍼트로 마무리해 타수를 지켰다. 디섐보도 6번과 7번홀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해 3타 차 간격이 유지됐다.

8번홀(파5)은 둘 모두에게 추격 또는 달아날 기회의 홀이다. 하지만, 매킬로이의 티샷은 이번에도 말을 듣지 않았다. 공은 벙커로 향했고 안으로 떨어졌다.

기회라고 여겼을까. 디섐보는 있는 힘껏 티샷했다. 몸의 균형이 무너질 정도로 세게 쳤다. 하지만, 디섐보가 친 공도 벙커에 들어갔다. 나란히 3온 2퍼트로 마무리해 순위와 격차의 변동없이 9번홀(파4)로 향했다.

조용하던 경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매킬로이가 9번홀에서 85야드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홀 2.1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냈다. 디섐보의 버디 퍼트는 홀 왼쪽으로 흘러 4타 차로 벌어졌다.

4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로리 매킬로이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아멘코너에서 흔들..18번홀 대역전 드라마

4타 차 선두가 됐지만,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엔 ‘아멘코너’가 있었다.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굳건한 선두를 예고했지만, 무시무시한 아멘코너를 쉽게 넘어가지 못했다. 1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친 공이 그린 앞 물에 멈췄다. 빠지지 않은 게 다행이었으나 어프로치가 짧았고 파 퍼트를 놓쳤다. 12번홀(파3)은 파로 넘겼지만, 13번홀(파5)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홀까지 78야드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물에 빠지면서 대참사를 예고했다. 1벌타를 받고 5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으나 보기 퍼트가 빗나가 2타를 까먹어 앞서 경기하던 로즈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14번홀(파4)에서도 위기가 이어졌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났고,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결국 3온 2퍼트를 하면서 선두에서 내려왔다.

15번홀(파5)에서 2온에 성공해 이글 기회를 잡았지만, 버디에 만조했다. 다시 공동선두가 됐지만, 로즈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내 오히려 우승의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매킬로이는 16번홀(파3)에서 버디 기회가 있었다. 홀 3m에 붙였다. 그러나 퍼트를 넣지 못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로리 매킬로이가 13번홀에 더블보기를 한 뒤 고개를 숙인 채 홀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AFPBBNews)

남은 홀은 단 두 홀.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해 필요한 건 오로지 버디뿐이었다. 17번홀(파4)에서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더 가까이 다가섰다. 197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홀 1.2m 떨어뜨린 뒤 버디를 잡아냈다. 그러나 18번홀(파4)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두 번째 샷이 벙커로 향했고 3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으나 약 1.2m 파 퍼트를 놓고 결국 승부가 연장으로이어졌다.

18번홀을 빠져나와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매킬로이를 향한 함성이 1번홀보다 더 커졌다. 모두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이루는 역사적인 현장에 있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긴 응원으로 들렸다.

18번홀에서 이어진 연장으로 73홀 동안 이어진 마스터스의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로즈는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쳤고, 매킬로이가 1.2m 버디 퍼트를 넣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했다. 매킬로이는 그 자리에 주저 앉아 기쁨과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