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83㎏ 뚱뚱한 몸 아니다?…한국인 BMI 25→27로 높여야 하는 이유

1 week ago 4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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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체지방이 많진 않은 것 같아 한 번도 비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경기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26)는 ‘스스로 비만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씨는 주 4회 운동하면서 40kg 초반대의 근육량을 유지하고 있다. 신장 180cm에 몸무게 87kg로 체질량지수(BMI)는 26.85다. BMI는 몸무게를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을 측정할 때 가장 널리 쓰이는 척도다. 대한비만학회는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씨는 “평상시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지만 최대한 식습관도 신경을 쓰며 체중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비만 기준이 BMI 25 이상에서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준을 완화하면 경각심이 낮아질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 BMI 25에서 사망 위험 가장 낮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최근 학술대회에서 한국의 비만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을 국내 상황에 맞게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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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I 27은 성인 남성 175cm 기준 몸무게 약 83kg, 여성 162cm 기준 몸무게 약 71kg 수준이다. 연구원은 2002, 2003년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847만 명을 21년간 추적 관찰해 BMI에 따른 사망과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정도를 분석했다.

20년 전 분석에서는 BMI 23일 때 가장 낮은 사망 위험을 보였으나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BMI 25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낮았다. 저체중인 BMI 18.5와 고도 비만인 35 이상에서는 사망 위험이 가장 높았으며 BMI 29 구간에서 이전 구간 대비 사망 위험 증가폭이 2배 커졌다. BMI가 높아질수록 질병 발생 위험이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고혈압과 당뇨병은 BMI 27 구간에서 발생 위험 증가 폭이 커졌다.

비만 위험도 상향 조정에는 한국인의 식습관 변화에 따른 체형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유년기부터 기름진 음식에 노출된 세대가 많아지면서 관련 질병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경각심 고려 비만 기준 조정 신중해야”

현재 세계 각국은 사망위험도와 질병 발생 위험도 등을 고려해 자체적으로 비만 기준을 정하고 있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위원회의 분류에 따라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했다. 반면 미국은 BMI 지수 30 이상, 중국은 BMI 28 이상을 비만으로 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 기준을 BMI 25에서 BMI 27로 상향하면 국내 성인 비만 인구가 약 800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선미 건강보험연구원 건강관리연구센터장은 “심뇌혈관 질환 발생과 사망 위험을 동시에 고려할 때 현행 비만 기준을 최소 27 이상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비만 인구가 증가 추세인 상황에서 비만 기준 완화가 심리적인 경각심을 낮출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존 비만 기준은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건강 위험이 증가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라며 “비만 기준과 관련된 연구가 보다 더 쌓일 때까지 비만 기준을 바꾸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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