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이면 점심 해결"…요즘 직장인 몰리는 '가성비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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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역 지하상가의 한 의류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옷을 보고 있다.  우연수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서대문역 지하상가의 한 의류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옷을 보고 있다. 우연수 기자

지난달 26일 오후 2시께 서울지하철 서대문역 지하상가의 한 옷가게. 인천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온 60대 이모씨는 상의 하나를 결제한 뒤에도 한참 동안 바지를 골랐다. 상의와 하의가 각각 기본 1만원, 신상품은 1만9000원 수준으로 저렴해 그는 바지 두 벌을 추가로 샀다. 10분 사이 이 매장에는 중년 여성 8명이 더 방문했다. 저렴한 가격에 지갑도 비교적 쉽게 열렸다. 이씨는 “따로 옷 살 시간을 내기 어려운데 마침 보여 세 벌을 샀다”며 “가격이 저렴해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1만원 셔츠·1500원 피자 ‘북적’

서울지하철 상가의 빈 점포가 줄고 있다. 고물가와 내수 부진 속에 저렴한 의류와 간편식, 생활밀착형 점포를 찾는 시민이 늘면서 지하철 상가가 불황형 소비의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00원이면 점심 해결"…요즘 직장인 몰리는 '가성비 성지'

6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상가 공실률은 2021년 9.8%에서 지난해 5.2%까지 꾸준히 낮아졌다. 공실 상가는 158개에서 절반 수준인 79개로 줄었다.

지난해 기준 업종별 점포 수 상위 5개는 패션, 식음료, 편의점, 꽃집, 화장품 순이었다. 셔츠, 바지, 모자 등 구제옷 판매점과 무인 의류 매장, 저가 베이커리 등 패션과 식음료 업종은 지상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을 앞세운다. 지상 매장과 가격 차이가 없는 편의점은 5년째 점포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 174개에서 166개가 됐다.

직장인 점심 물가가 높기로 유명한 여의도에선 여의도역 지하상가 ‘디트로이트 1달러 피자’ 앞이 직장인으로 붐빈다. 가장 저렴한 치즈피자는 한 조각에 1500원, 비싸도 4000원을 넘지 않는다. 여의도 직장인 백모씨(32)는 “프랜차이즈 빵도 3000원을 줘야 먹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진다”며 “일이 급할 때 식사 대용으로 좋은 선택지”라고 했다.

◇인형뽑기방·스크린파크골프장도 생겨

액세서리점, 인형뽑기방 등 젊은 층과 외국인이 가성비 있게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많아지고 있다. 머리핀은 1000원부터 시작해 5000원을 넘지 않는 가격에 살 수 있어 주로 학생과 20대 여성 방문자가 많다. 3000원에 즐길 수 있는 인형뽑기도 출퇴근길이나 약속 전후 잠시 들르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을지로입구역 지하상가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김모씨(35)는 “근처에 명동이 있다 보니 외국인 방문이 크게 늘었다”며 “1만원 이하의 귀여운 그립톡이나 헤어핀 등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뽑기방에서 친구와 함께 인형을 구경하던 하모군(12)은 “1000원이면 학생도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가격이라 지하철에서 종종 구매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시설도 들어서고 있다. 성북구·용산구·동작구는 서울교통공사와 함께 올해 석계역, 삼각지역, 상도역 등 세 곳에 스크린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강동구·강남구·성북구도 지하철 상가 내 스크린파크골프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환승역 상가는 임대료가 크게 뛰고 있다. 고속터미널역 3호선에 있는 33.7㎡ 규모 상가는 5년 전 월 임대료가 1267만원이었지만 현재 2230만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재계약한 잠실역 2호선의 40.1㎡ 상가는 기존 월 1064만원에서 4860만원으로 뛰었다.

일부 지하철 상가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홍제역은 지난해 말 기준 상가 16개 중 13개가 공실로 남자 올해 12개 상가를 아예 폐쇄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은 중산층과 서민이 애용하는 대중교통이다 보니 가격대가 높으면 매출이 많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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