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가계대출 9.5% 상한
2013년부터 12년 가까이 유지
1.4만개 넘는 中企 상한선 적용
연간 수익 감소 1000억원 넘어
IBK기업은행이 12년 가까이 대출금리에 9.5% 상한을 적용해오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상황의 영향과 무관하게 한 자릿수 금리를 유지해 중소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책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업은행의 수익 감소분이 매년 1000억원을 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당분간 대출금리 상한선을 높이거나 폐지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2013년부터 중소기업과 가계대출의 최고금리를 연 9.5%로 유지 중이다. 이는 대출금리를 한 자릿수로 만들겠다는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의 약속을 실현한 것이다. 9.5% 상한 설정 전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는 연 10.5%, 가계대출 최고금리는 13%였다.
한 자릿수 금리 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중소기업과 개인은 각각 1만개, 1만명이 넘는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대출금리 상한선을 적용받는 중소기업은 1만4172개, 개인은 1만1004명이다. 이들이 다른 금융기관에선 두 자릿수 금리를 제시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수익이다. 기업은행은 취약한 중소기업과 가계에 혜택을 주는 대신 그만큼의 수익 감소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 전 행장은 상한 정책을 발표했던 2012년 말 “대출 최고금리를 내리면 내년 수익이 10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비용 조달 기반 확충과 비이자수익 기반 확대, 선제적인 위험 관리를 통해 수익 구조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12년 전 조 전 행장은 상한 정책으로 인한 연간 수익 감소분을 1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현재는 감소분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은 중금채 발행, 지방자치단체 금고 계약 등을 통해 자금 조달력을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인 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기업·개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큰 폭의 이자수익 감소를 감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건전성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기업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지난 9월 기준 4조1287억원으로 지난해 말(3조1910억원)보 29%가량 늘었다.
NPL은 통상 부실채권으로 불리며 연체율과 함께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인식된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자영업자 포함) 대출 연체율은 10월 말 0.97%까지 치솟았다. 작년 말(0.64%)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1.0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