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레오(왼쪽)과 허수봉이 5일 대한항공과 챔프전 3차전 승리로 우승을 차지한 뒤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레오(오른쪽)가 5일 챔프전 3차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천안 현대캐피탈의 첫 트레블의 주인공은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35·등록명 레오)였다.
레오는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19점을 올리며 팀의 세트스코어 3-1(25-20, 18-25, 25-19, 25-23) 승리를 이끌어 우승을 견인했다.
2012~2013시즌 처음 한국 무대에 발을 디딘 레오는 2014~2015시즌까지 대전 삼성화재에 머물렀고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첫 두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하며 강력한 임팩트를 남겼다.
이후 한국 무대를 떠났던 레오는 2021~2022시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OK금융그룹에서 3시즌을 보낸 레오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허수봉과 전광인이라는 강력한 공격 자원에 레오까지 영입하며 올 시즌 선전이 예상됐다.
전성기 시절 같은 임팩트는 부족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레오는 리그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손꼽혔다. 득점(1101) 2위, 공격 성공률(52.95%)과 서브(세트당 0.346) 4위, 오픈 공격(45.06%) 1위 등 놀라운 행보를 보였다.
챔프전에서 활약은 더 돋보였다. 3경기에서 69득점을 기록했는데 점유율이 40%에 가까울 만큼 비중이 컸음에도 성공률 52.21%를 기록했다.
높은 타점의 공격을 펼치는 레오. /사진=KOVO 제공 |
MVP 투표에서 당연히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 전체 31표 중 23표를 받아 허수봉(8표)을 제치고 2012~2013, 2013~2014시즌에 이어 통산 3번째 챔프전 으뜸별로 등극했다.
경기 후 우승 세리머니를 마치고 허수봉과 함께 인터뷰실로 입장한 레오는 "시즌 시작 때부터 정말 기댜려온 순간"이라며 "현대캐피탈에 처음 합류해 같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게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이 느낌을 계속 품고 배구를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려 11년 만에 다시 챔프전 MVP에 선정된 레오는 "너무 마음에 드는 결과다. 시즌 중에도 열심히했지만 상 받으려고 한 게 아니라 승리를 위한 것이었다. 시즌에 관한 욕심은 없고 챔프전에서 받은 건 너무 기다려온 상이라 의미가 깊다. 시즌 MVP는 허수봉이 가져가도 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적장이 보기에도 레오는 기존의 모습과는 많이 다를 정도로 다양한 무기로 대한항공을 위협했다. 이에 대해 레오는 "작년과 달라진 건 없다"면서도 "팀원들이 달라졌다. 허수봉이 있어 에이스가 2명이라고 생각했고 블로킹이 나눠지면서 할 수 있었던 게 다른 팀에서 느낀 변화였을 것"이라고 동료를 치켜세웠다.
현대캐피탈과 특별한 케미가 빛난 시즌이었다. 레오는 "솔직히 현대캐피탈에서 나를 지명했을 때 좋았지만 국내 에이스가 2명이나 있는 팀에서 나를 어떻게 활용할까 의문이 있었다"면서 "팀원들과 운동하다보니 시스템에 잘 적응했고 그게 우승으로 이끈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득점 후 포효하는 레오(가운데). /사진=KOVO 제공 |
올 시즌 놀라운 점은 최근 3시즌 동안 불안했던 리시브가 안정화 됐다는 것이다. 지난 3시즌 10%대에 불과했던 리시브 효율은 올 시즌 29.41%로 치솟았다. 블로킹 수치 또한 확연히 좋아졌다.
레오는 "블로킹은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때는 잘 막았구나' 하는 장면들이 여러 번 보였다"며 "리시브는 KOVO컵까지만 해도 엉망이었는데 감독님이 '너도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내 쪽으로 오면 무서워하는 지경까지 갔지만 지금은 자신감이 넘치고 내가 공격이 막히면 차라리 리시브하고 허수봉을 풀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앞서 스스로 "과거의 레오는 게을렀다"고 말했던 레오다. 그를 변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레오는 "어릴 때는 웨이트나 강화훈련을 안해도 높게 올려주면 강하게 때릴 수 있었고 점프력도 너무 좋았다. 그런 필요성을 전혀 못 느꼈다"며 "올 시즌엔 그런 훈련들을 반복하면서 가끔은 빠질 때도 있었지만 4,5라운드 되니까 완전히 체력적으로 쳐져서 필요성을 느꼈다. 지금은 나이가 35살이라 시즌 초부터 체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옆에 있던 허수봉은 함께 왕조를 만들어가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레오의 잔류를 짚었다. 이를 전해들은 레오는 "다른데 안갈 거니 걱정하지 마라"며 어깨를 토닥여줬다.
레오(오른쪽)가 우승 후 필립 블랑 감독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