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대 전분당 담합' 대상·CJ 등 25명 기소…식품업계 역대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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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3 13:43 수정2026.04.23 13:43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전분당 담합 관련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전분당 담합 관련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전분 및 당류(전분당) 가격을 8년간 조직적으로 담합해온 식품업체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담합 규모는 약 10조원으로 식료품 업계 역사상 최대 수준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23일 대상, 사조CPK, CJ제일제당 법인과 대표이사 등 임직원 21명, 전분당협회장 등 총 25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7년 7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분당 및 부산물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전분당은 옥수수 등을 원료로 한 전분과 당류를 말한다. 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 당류와 식품용 전분은 과자와 음료, 유제품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산업용 전분은 제지나 섬유 생산에 사용된다.

검찰 수사 결과, 전분당 업체들은 제품 가격 변동 폭과 시기를 임의로 정해 담합 이전보다 전분 가격은 최고 73.4%, 당류 가격은 최고 63.8%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는 과자, 음료, 유제품 등을 소비하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가됐다.

나희석 부장검사는 "통상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은 4~5% 수준이나, 이들은 담합을 통해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며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4개 회사 팀장들이 모여 목표 가격과 인상 시점을 정리한 화이트보드 사진과 증거 인멸을 모의한 녹취록 등이 확보됐다.

이들은 담합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인상 가격과 공문 시행일을 업체별로 다르게 조율하기도 했다.

포스코 등 대형 수요처 입찰에서는 유찰을 예상하고 1~3차 제시 금액을 미리 합의하기도 했다.

특히 1위 업체는 재고 부담을 느끼는 타 업체에 "우리가 살 테니 가격을 유지하자"며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검찰이 설탕 담합 수사를 시작하자 "우리처럼 훈련이 됐어야 했다", "실형 산 사람은 없고 다 집행유예로 빠졌다"는 등의 대화를 나누며 법망을 피하려 한 정황도 포착됐다.

1위 업체의 내부 '담합방지가이드북'에는 메신저 대화가 증거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검찰은 지난 2월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두 차례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지난달 구속된 대상의 김 모 사업본부장을 비롯해 이번에 기소된 피의자들 중 삼양사는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이번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서민 경제를 교란하는 담합 사범에 대한 엄정 대응 메시지를 전파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수사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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