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란이 5일(힌국시간) LPGA 투어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3승을 따낸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해 3승에 그쳤던 한국은 올해 김아림, 김효주에 이어 유해란이 정상에 서면서 10개 대회에서 3승을 기록하게 됐다. 아이빈스(미 유타주) | AP뉴시스
수년째 하향 곡선을 그리던 한국여자 골프가 마침내 다시 힘을 내고 있다. 유해란(24)이 5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설 대회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서면서 한국은 2월 김아림(30)의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과 3월 김효주(30)의 포드 챔피언십 제패에 이어 시즌 3승을 수확했다.
●한국여자 골프, 하향세 끝났나
고(故) 구옥희가 세계 최고 무대 LPGA 투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자가 된 것은 1988년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였다. 1994년과 이듬해 고우순이 각각 1승씩을 기록했지만 LPGA 무대가 본격적으로 한국 선수를 주목하기 시작한 건 1998년 박세리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 등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4승을 거둔 박세리는 그해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박세리에 이어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등이 가세하며 서서히 세계 여자골프계의 주류로 발돋움한 한국은 ‘세리키즈’ 대표 주자인 박인비가 한 시즌 5승(메이저대회 2승)을 달성한 2015년 15승을 합작해 미국을 제치고 첫 시즌 최다 우승국 영예를 안았다. 2017년과 2019년에도 각각 15승을 수확하는 등 2020년(7승)까지 6년 연속 LPGA 최다 우승국 타이틀을 차지하며 ‘한국여자 골프 전성시대’를 이어갔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던 한국이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9월 이후 고진영이 4승을 보태 시즌 5승을 거두고 합작 7승을 챙겼지만 총 8승을 기록한 미국에 7년 만에 최다 우승국 타이틀을 넘겨주고 ‘넘버 2’로 내려앉았다. 그 뒤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2022년(4승), 2023년(5승)에 이어 지난해에는 3승에 그쳤다. 3승은 2011년 이후 13년 만의 최소 우승 타이기록이었다.
●6년 만의 두 자릿수 우승, 가능할까
올 시즌 ‘벌써’ 3승을 수확한 한국은 나란히 2승씩을 기록한 미국(노예림, 엔질 인), 일본(다케다 리오, 사이고 마오), 스웨덴(마들렌 삭스트룀, 잉리드 린드블라드)을 제치고 최다승 1위에 올라있다. 나머지 1승은 뉴질랜드(리디아 고)가 가져갔다.
한국이 LPGA 투어에서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 우승을 차지한 건 2019년(15승)이었다. 그렇다면 6년 만의 두 자릿수 우승은 가능할까. 올해 LPGA 투어 32개 정규대회 중 현재 10개 대회가 마무리 된 가운데 3승을 챙겼다는 점에서 10승에 충분히 도전해볼만한 페이스다.
주목할 선수는 단연 유해란이다.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 우승으로 투어 데뷔 후 3년 연속 우승 기쁨을 누린 유해란은 6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개인 최고인 5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넘버1’으로 우뚝 섰다. 최종라운드에서 무너지던 징크스를 보기 좋게 깨뜨리고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란 값진 열매를 맺었다는 점은 앞으로 유해란에 대한 기대치를 더 높이는 요소다.
유해란이 미국 진출 후 첫 다승 시즌을 만들고 1995년생 트리오 김효주, 김아림, 고진영이 힘을 더 내준다면 한국은 6년 만의 두 자릿수 우승도 넘볼 수 있다. 미국 진출 후 아직 데뷔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최혜진이나 임진희, 윤이나가 트로피를 보태준다면 더할 나위없다. 2024년 홀로 7승을 거뒀던 세계 1위 넬리 코다(미국)의 투어 지배력이 지난해만 못하다는 점도 한국으로선 긍정적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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