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당선인들 공약 보니
공교육 내실화 취지 못살리고
교육교부금으로 현금성 지원
공짜 체육복·운전면허비까지
일반복지-교육재정 분리하고
교육교부금 집행 전면개편을
미래형 인프라 투자 나서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이 풍족해진 틈을 타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진보와 보수 성향을 가리지 않고 바우처 지급과 현금성 수당 확대 등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업 성취도 향상이나 공교육 내실화 같은 교육 본연의 과제보다 표심을 겨냥한 복지성 현금 살포에 치우치면서 지방교육재정이 과도하게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전국 시도 교육감 당선인들이 제시한 주요 공약을 살펴보면 도서·예체능·치료 목적의 바우처 카드와 각종 수당 등 직접적인 현금성 지원 사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교육감의 공약은 교육청의 기존 역할을 넘어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중학교 1학년 때 학생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한 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펀드로 관리하는 '씨앗 교육펀드'를 약속한 것을 비롯해 청소년 버스비 0원, 저소득층 안경 구입비 지원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천호성 전북도교육감 당선인은 어린이·청소년 교육기본수당, 학생통학비 전액 지원, 아동·청소년 버스비 무상화, 현장체험학습비(수학여행 포함) 지원으로 '수익자 부담 제로화' 등을 공약했다. 강삼영 강원도교육감 당선인은 초등학생 예체능·문화 바우처 지원과 중고교 체육복 구입비 전액 지원을 제시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공약을 보고 있노라면 교육감이 아니라 복지부 장관 선거를 보는 듯하다"며 "내세울 만한 교육철학이 없는 후보가 많다보니 '돈 줄 테니 뽑아달라'고 경쟁하는 행태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현금성 지원 쏟아붓기'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진보와 보수 등 교육감의 정치 성향과도 관계없다.
오석진 대전시교육감 당선인 역시 학생들에게 매달 30만원을 지급하는 '대전교육카드' 제공을 약속하며 대규모 재정지출을 예고했다. 이 밖에 강미애 세종시교육감 당선인은 초등 4~6학년을 대상으로 '몸 튼튼 마음 튼튼' 체육 바우처를 약속했다.
기존에 교육감이었던 당선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재선에 성공한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안심통학비 지원과 함께 지역 내 교육 인프라스트럭처를 이용할 수 있는 '지역배움패스' 도입을 공약했다. 임태희 전 경기도교육감이 시행했다가 비판받았던 고3 운전면허 취득비 지원도 공약에 담았다.
역시 재선에 성공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학교 도서관의 미래형 전환, 독서·문화 복합공간 거점 운영, 독서동아리 예산 지원 등 하드웨어 구축 및 선심성 예산 증액 공약을 다수 포함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진보 계열 교육감들이 주도하던 복지성 공약에 최근 보수 계열 교육감들까지 경쟁적으로 가세하면서 학교 현장이 사실상 '현금 살포의 각축장'이 됐다고 우려한다.
기초학력 저하와 지역 간 교육격차 해소 등 국가적 교육 난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제한된 재정이 단발성 바우처나 펀드 조성에 휘말려 정작 필요한 교사 역량 강화나 미래형 교육 인프라 투자에는 제대로 투입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포퓰리즘성 공약이 난무하는 배경에는 방만하게 운영되는 교부금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저출생 여파로 학령인구는 매년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지만, 내국세의 일정 비율(20.79%)이 자동으로 교육청에 배정되는 현행 산정 방식 때문에 지방교육재정은 되레 풍족해졌다. 마땅히 돈 쓸 곳을 찾지 못한 교육청들이 기금을 쌓아두거나, 차기 선거를 의식해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쉬운 현금성 바우처 및 복지 사업을 경쟁적으로 발굴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일반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영역과 교육청의 교육재정 역할을 엄격히 분리하고 교부금 집행 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명예교수는 "저소득층 안경 구입비 지원, 문화 바우처 등이 필요한 정책일 수는 있지만 보건복지부나 산하 지자체가 일반 복지 정책으로 다뤄야 할 영역"이라며 "선거라는 방식의 특수성이 있다보니 후보들 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공교육 경쟁력 약화와 예산 낭비가 이뤄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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