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맥스와 한국콜마 등 양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의 고객사 중 연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인 업체가 70곳을 넘어섰다. 제품 기획부터 컨설팅, 투자까지 아우르는 국내 화장품 제조 생태계가 메가뷰티 브랜드를 빠르게 키워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양대 화장품 ODM 기업의 고객사 중 지난해 매출이 1000억원을 넘긴 곳은 70곳에 달했다. 더파운더즈(7177억원), 달바글로벌(5189억원), 고운세상코스메틱(2303억원) 등 신흥 K뷰티 주자가 국내 ODM 생태계를 활용해 몸집을 키웠다. 뷰티업계에서 연 매출이 1000억원을 웃돈다는 것은 한두 개 히어로 제품이 아니라 전 제품군에서 안정적 매출을 올린다는 의미다.
코스맥스 고객사 중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긴 회사는 2023년 24곳에서 2024년 42곳, 지난해엔 55곳으로 빠르게 늘었다. 코스맥스 고객사 가운데 매출 상위 20곳의 인디 브랜드 비중은 2021년 40%에서 지난해 65%로 높아졌다.
화장품 ODM 기업은 단순 위탁생산을 넘어 브랜드 기획, 글로벌 컨설팅, 투자까지 아우르는 ‘종합 뷰티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혁신적인 제형 개발과 원료 제안부터 제품 네이밍, 인허가 대응, 글로벌 트렌드 파악까지 제조사가 책임진다. 뷰티 브랜드를 직접 육성하는 투자자 역할로도 보폭을 넓혔다.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이 공동으로 조성한 400억원 규모 ‘K뷰티 펀드’가 대표적이다.
해외 인플루언서도 韓공장 투어…시장조사·마케팅 컨설팅까지
선케어 등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
매달 20여 명의 해외 인플루언서가 경기 화성·평택의 코스맥스 공장을 찾는다. 단순히 공장을 둘러보는 ‘견학’ 수준이 아니다. 제품 구상 단계에서부터 패키징까지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한다. 연구혁신(R&I)센터에선 최신 트렌드와 제품 개발 방향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원료 개량부터 제조, 충진(용기에 내용물을 채우는 과정), 포장으로 이어지는 모든 생산 과정과 품질 검사, 안전성 관리 시스템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코스맥스를 비롯한 한국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이 인플루언서와 브랜드사 등의 의뢰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리드타임(제품 의뢰부터 출하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3~6개월이다. 6~24개월 수준인 해외 ODM사 대비 월등히 짧다. 짧게는 3개월 만에 인디 브랜드 하나가 탄생한다.
◇K뷰티 속도전 뒷받침
1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코스맥스는 2015년 이탈리아 인터코스를 처음 제친 후 10년 넘게 글로벌 화장품 ODM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엔 ODM을 넘어 ‘제조자브랜드개발생산’(OBM) 기업을 표방한다. 기존 화장품 ODM은 ‘납품’을 위한 제품 연구·개발과 생산에 초점을 맞춘다. OBM은 시장 조사·기획부터 완제품 패키징과 마케팅, 판매 등 브랜드 전체에 대한 종합 컨설팅을 제공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셈이다.
코스맥스는 OBM을 비롯해 속도를 최우선으로 하는 브랜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확립했다. 트렌드 변화가 빠른 뷰티업계에서 리드타임 단축은 브랜드의 생명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코스맥스의 밸류체인을 타고 전 세계에서 100만 개 이상 판매된 제품(단일 품목 기준)은 50개에 달한다. 그중 20개는 1000만 개 이상 팔려나갔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출시까지 염두에 두고 제품을 설계하기 때문에 국경 장벽 없이 제품을 빠르게 선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맥스는 로레알 등 글로벌 상위 20개 뷰티 기업 중 16개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그만큼 해외 소비자 수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각지에서 운영하는 공장을 기반으로 국가별 화장품 규제와 정책 변화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응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글로벌 선케어 최강자
코스맥스와 글로벌 화장품 ODM ‘투톱’으로 꼽히는 한국콜마는 글로벌 선케어 제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선케어 제품의 70% 이상이 한국콜마 공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케어 시장의 성장성을 일찌감치 포착하고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다. 한국콜마의 선케어 제품은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피부 장벽 강화, 오염 물질 차단 등 기능 면에서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다.
한국콜마의 최대 고객사는 지난해 매출 1조7000억원을 기록하며 K뷰티 성공 신화를 쓴 구다이글로벌이다. 구다이글로벌 대표 브랜드인 조선미녀의 ‘맑은쌀 선크림’을 비롯해 두 회사가 지난 5년간 공동 개발한 선케어 제품 누적 판매량은 1억 개 이상이다.
한국콜마의 선케어 기술은 진화하고 있다. 최근엔 자외선을 튕겨내거나 흡수하는 기존 방식을 넘어 자외선이 피부에 닿지 않도록 굴절시켜 흘려보내는 포뮬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한 피부 상태에 따라 최적화한 선케어 제품을 맞춤형으로 추천하는 시스템도 연내 구축할 계획이다.
김용우 한국콜마 UV테크이노베이션연구소장은 “수십 년간 축적한 선케어 처방·임상 데이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끊임없이 고객사에 신제품을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고은이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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