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깜짝 인하’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으로 금리를 내렸다. 내년과 2026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2%)을 밑도는 1%대 성장에 그치는 등 저성장이 고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이날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3.25%인 기준금리를 연 3.0%로 인하했다. 연 3.0% 수준의 기준금리는 2022년 11월 이후 2년 만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연 3.50%인 금리를 연 3.25%로 내리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선 지 한 달 만에 추가 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이 연속으로 금리를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5년 만이다. 그만큼 현재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내년 성장률은 2.1%에서 1.9%로 내렸다. 이날 처음 제시한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1.8%였다. 잠재성장률(2%) 미만의 저성장이 내년과 후년 연속으로 나타날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의 성장률이 2% 미만을 기록한 것은 1956년(0.6%), 1980년(-1.6%), 1998년(-5.1%), 2009년(0.8%), 2020년(-0.7%), 2023년(1.4%) 등 여섯 번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 배경과 관련해 “구조적인 수출 부진과 관세 등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으로 성장 하방 압력이 커졌다”며 “금리를 추가 인하해 성장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의 금리 인하 결정에는 전체 금통위원 중 4명이 찬성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와 장용성 금통위원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 등을 우려해 금리 동결이 적절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내수와 민생이 어려운 가운데 금리 인하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도 정책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