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尹정부 장관들과 ‘김밥 한 줄’ 놓고 220분 마라톤 국무회의

1 day ago 5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중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있다. 2025.6.5/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중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있다. 2025.6.5/대통령실 제공
“여러분들 매우 어색할 수도 있고 그러긴 하지만, 우리 국민에게 위임받은 일을 하는 거니까 어쨌든 공직에 있는 그 기간만큼은 각자 해야 할 최선을 다하면 될 것 같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취임 이틀 만에 주재한 첫 국무회에서 “우리는 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업무를 하는 대리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새 정부 장관 인선의 초기 작업이 진행 중인 가운데 전 정부의 장·차관들에게 국정 안정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또 각 부처 장·차관에게 “행정편의주의에서 벗어나 달라”고 당부하면서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

● 김밥 먹으며 3시간40분간 마라톤 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중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있다.  2025.6.5/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중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있다. 2025.6.5/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좀 어색하죠. 우리 좀 웃으면서 합시다”며 회의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의 말에 이주호 국무총리 직무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함께 웃었다. 이날 회의에는 전날 이 대통령이 임명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 등과 함께 이 부총리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들이 함께 자리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없이 이 대통령 임기가 시작하면서 전·현 정부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 대툥령은 이날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제분야 현안보고를 받았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의 국가인공지능(AI) 컴퓨팅센터 구축사업과 연구개발(R&D) 현황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행정편의주에서 벗어나길 해당 부처에 요구했다”고 강유정 대변인이 전했다.

국토교통부에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의 빠른 준비를 지시했고, 공정거래 위원회에는 근로감독관 인력 증원을 위한 현황 파악과 대책을, 농식품부에는 농식품 물가 안정 대책을 주문했다.

AI와 해수부 부산이전, 근로감독관 증원 등 대선 기간 제시한 공약들의 빠른 이행을 주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어 “여러분이 가진 권한, 책임도 한순간도 소홀히 할 수 없지 않느냐”며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취임 둘째날 열린 국무회의가 사실상 업무보고처럼 진행되면서 오전 10시에 시작돼 3시간 40분간 마라톤 회의로 이어졌다. 강 비서실장은 기자들과 상견례 자리에서 “김밥 한 줄 놓고 물 한 잔 먹으면서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교육부를 비롯한 사회분야와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서도 별도로 보고를 받기로 했다.

● “공무원 무관심, 부주의 안돼”, 공직 기강 잡기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5/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안전치안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5/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가 끝난 뒤 오후 2시부터 1시간 가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실에서 안전치안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제일 먼저 챙겨야 할 게 국민의 안전”이라며 “국민이 국가의 또는 관련 공무원들의 무관심, 부주의, 이런 것들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특히 집단 참사를 겪거나 그런 일은 절대 생기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조금 신경 쓰면 피할 수 있는 재난 재해 사고들도 꽤많다”며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을 거론했다. 이어 “예측되는 사고 또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앞으로 엄정하게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4일에도 ‘1호 행정명령’으로 신설한 비상경제점검태스크포스(TF) 회의를 2시간 20분간 주재했다. 이 회의에선 추가경정예산안(추경)과 한미통상 협의 진행 상황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을 소집해 잇따라 장시간 회의를 주재한 것은 장기간 이어진 국정공백으로 느슨해진 공직 기강을 직접 다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대통령실에 근무했던 공무원들의 복귀도 지시했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에 근무했던 직원분들 대부분 업무에 복귀했다”며 “8일에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원 조회를 통해 업무 관련 사항에 대해 소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