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전체가 녹고 있다”[횡설수설/이진영]

1 week ago 21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역사상 최악의 참사인 네팔 대홍수를 처음 감지한 것은 전 세계 지진 관측망이다. 네팔 정부는 26일 오전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해 빙하 산사태와 홍수가 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음 날 미국 지질조사국이 초기 발표를 바로잡았다. 땅이 흔들려 빙하가 무너진 게 아니라 무너져 내린 빙하가 땅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빙하호 붕괴 홍수’라는 낯선 고산지대 재해로 30일까지 750명이 숨지고 한국인 근로자 9명을 포함해 3000명 넘게 실종됐다. ▷빙하호는 빙하가 녹아내려 분지에 물이 고이거나, 빙하가 밀어낸 흙이 둑처럼 쌓여 만들어진 호수다. 이렇게 빙하 끝자락에 모인 ‘물그릇’이 댐 무너지듯 터지면서 발생하는 게 빙하호 붕괴 홍수다. 일반 홍수와 달리 얼음덩어리, 암석, 토사가 뒤섞여 내려와 피해를 키운다. 이번 재해 땐 해발 5400m에서 빙하 붕괴로 인한 수천만 t의 거대 암석과 토사가 해발 1800m 네팔과 중국 접경지역 민가를 덮치기까지 7분밖에 안 걸렸다. 토사류 이동 최고 속도가 고속철도(KTX) 수준인 시속 180km였다고 하니 대피할 틈도 없었을 것이다. ▷빙하호 붕괴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과학자들은 산사태가 먼저 일어나 빙하호가 붕괴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산 자체가 약해진 것이 구조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81∼1990년엔 빙하호 붕괴 홍수가 매년 5.2건 발생했는데 2011∼2020년엔 15.2건으로 늘었다. 아시아 산악지대에서 녹고 있는 빙하가 9만5000개가 넘고, 이곳에서 매년 녹아내리는 빙하만으로도 뉴욕이 물바다가 될 수 있다고 한다. 9만5000개의 시한폭탄을 머리 위에 이고 사는 셈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현지 셰르파와 가이드들을 인용해 “히말라야 전체가 녹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익숙했던 등반 루트가 사라지고 낙석 사고도 잦아졌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선 매년 봄마다 난방, 취사, 소변 배출 등으로 빙하 300만 kg이 녹아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그 결과 천년의 홍수가 연례적인 재해가 돼가고 있다. 네팔에선 2024년과 2025년 빙하호 붕괴 사고가 있었고, 2021년엔 인도에서 빙하호 붕괴 홍수로 200명 넘게 숨지거나 실종됐다. ▷태고의 히말라야 만년설은 경외의 대상이자 세계 인구의 40%에 식수를 공급하는 젖줄이다. 그런 히말라야 만년설이 인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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