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실책에 "하늘을 봐, 무너졌냐"... 1·2인자의 '특별 멘탈관리', 그렇게 삼성이 깨어났다 [KS4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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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오른쪽)이 25일 KIA와 KS 3차전에서 김영웅의 홈런에 포효하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진행된 1차전 유리한 상황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고 2차전엔 실책을 연발하며 결국 무너졌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주장 구자욱(31)과 내야를 이끌고 있는 부주장 류지혁(30)은 선수들의 멘탈 관리에 집중했다.

25일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3차전을 앞둔 류지혁은 뼈아팠던 1,2차전 패배를 돌이켜봤다.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2루에서 굵어진 빗줄기로 인해 경기가 중단된 뒤 흐름이 묘해졌다. 이틀 뒤 경기가 재개됐지만 선발 원태인이 예기치 않게 강판되는 상황이 생겼고 결국 뼈아픈 역전패를 당한 뒤 2차전에서도 경기를 내주고 홈구장으로 이동했다.

특히나 2차전에선 1회부터 5실점하며 흔들렸고 3루수 김영웅의 수비 실책과 이재현의 타격 부진도 이어졌다.

무릎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구자욱이 더그아웃 리더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지만 경기장, 특히 내야에선 부주장 류지혁이 후배들을 이끌었다.

류지혁(오른쪽에서 2번째)이 득점 후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류지혁은 의기소침해 보였던 김영웅, 이재현 등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했다. 실책이 나온 뒤 '야 너만 못 하냐'라고 말했다. 또 '야 하늘 봐봐, 하늘 무너졌냐'라며 별것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 (가을야구가) 처음이지 않나"라고 두둔했다.

시즌 내내 구자욱이 주장으로서 잔소리를 아끼지 않으며 선수단에서 아빠 같은 역할을 했다면 류지혁은 뒤에서 따뜻하게 후배들을 감싸는 엄마 역할을 맡았다. 그러한 조화 속에 삼성은 완벽한 신구조화를 바탕으로 모두의 예상을 뚫고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고 PO에서도 LG 트윈스를 제압하고 무려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PO 2차전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한 구자욱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몫을 다 해내고 있다. 3차전에 앞서 후배들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김지찬은 "자욱이 형은 항상 경기 전에도 그렇고 팀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그런 말들을 해준다"며 "2차전이 끝나고 밤에 카톡도 주셨다. 그래서 조금 더 자욱이 형의 몫까지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고 전의를 다졌다.

이어 "자신이 못 뛰어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누구보다 자욱이 형이 뛰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며 "파이팅하라고 해주셔서 '제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지찬이 25일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김지찬은 구자욱에 대한 특별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자욱이 형은 올 시즌 내내 항상 팀을 위해서, 선수들을 위해서 그렇게 말 한마디씩 해줬고 그런 부분이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고 느껴 가장 고맙다"고 덧붙였다.

PO를 함께하지 못했으나 KS를 앞두고 구자욱의 역할을 메우기 위해 합류한 김현준도 메시지를 받았다. 김현준은 "자욱이 형이 다쳐서 못 뛰는 바람에 많이 아쉬워하기도 했고 같이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있는 것 같았다"며 "전혀 그럴 필요 없다고 제가 말씀드렸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얘기를 나눴다.

이어 "팀의 주장이고 나이가 10살 차이나는데 아무리 주장이라고 해도 선배께서 후배들한테 문자 보내는 게 쉽지는 않다"며 "그래서 상당히 좋은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차전에서도 이성규의 홈런이 터져나오자 뛰어나와 격한 포옹을 나눴고 연이은 홈런에 누구보다 기뻐하고 축하를 보냈다.

이날은 전날의 승리를 축하하는 기념으로 선수단과 스태프, 미디어들을 위한 커피차까지 준비했다. 경기에 나서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게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온 마음을 쓰고 있다.

박진만 감독도 더그아웃 리더 역할에 집중하고 있는 구자욱에 대해 고마움을 나타냈다. 26일 4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박진만 감독은 "뛰어야 할 때 못 뛰고 있어 본인이 가장 아쉬울 것"이라면서도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에게 심적으로도 돕고 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 같다. 벤치에서 잘 움직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장과 부주장의 세심한 배려가 3차전 선수단의 승리 DNA를 일깨웠고 2패 후 1승을 거두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4차전엔 에이스 원태인이 나선다. 3차전에 이어 다시 한 번 홈에서 승리를 거두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채 광주로 향하겠다는 각오다.

구자욱이 KS 4차전을 앞두고 선수단 및 스태프, 미디어를 위해 준비한 커피차.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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