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틈만 나면 챗GPT 썼더니…"월급 날로 먹냐" 비아냥

6 days ago 4

챗GPT로 업무시간 대폭 줄여도
동료 직원 "네 능력 아니다" 지적
직장인 10명 7명 '챗GPT 매일 써'
전문직·사무직 종사자 활용도 높아
"AI 효율 차이 커…피할 수 없는 흐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정 직원에게 '요즘 직원들은 고생을 안하려고 한다,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한다'는 식으로 핀잔을 듣다가 회식 때 아주 대놓고 '당신은 업무 날로 먹으려고 하잖아, 그거 다 네 실력 아니잖아'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스스로를 보안 엔지니어라고 밝힌 직장인 A씨는 최근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 '리멤버'를 통해 업무 중 챗GPT를 활용하다 나이가 위인 같은 회사 직원에게서 이 같은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일 올라온 이 글은 지난 22일 기준 조회수 1만2000회를 넘어설 정도로 화제가 됐다.

2시간 업무, 30분으로 줄였는데…"네 능력 아냐" 핀잔

A씨는 외부 기관에서 제시한 법령이나 뉴스 기사 등을 분석하고 영어문서 교정 등의 업무를 할 때 챗GPT를 사용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이메일 작성, 보고서 표 제작 등을 수행하면서 챗GPT로 2시간30분 가까이 걸리던 업무를 30분 정도로 줄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다른 직원에게 핀잔을 듣자 챗GPT를 쓰면 안 되는 것인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실제로는 직장인들 10명 중 7명꼴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챗GPT를 거의 매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커리어 플랫폼 잡플래닛이 직장인 762명을 조사한 결과 78.9%는 일상생활보다 회사에서 챗GPT를 더 자주 사용한다고 답했다. 일상에서 주로 쓴다는 응답자는 21.1%에 불과했다.

회사 내 활용 방식으로는 '글 작성이나 요약본 생성'을 꼽은 응답이 40.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아이디어 기획·정보 탐색 28.4% △코드 생성 등 기술적 작업 24.8% △생소한 툴 사용법 확인 4.7% 순이었다.

AI가 직장인들의 필수 도구로 자리를 잡으면서 업무별로 활용하는 생성형 AI 모델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사용자들을 보면 정보 검색이나 보고서 작성, 번역 기능을 활용할 땐 챗GPT를 활용하는 경향이 보이고 통계나 사례, 기사를 검색할 땐 퍼플렉시티 같은 다른 AI 모델을 적절히 구분해서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도구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은 앞으로 직무 역량 판단의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AI를 잘 활용하는 것도 업무 능력 중 일부'라는 응답자는 무려 91.1%에 달했다. AI로 자신의 직업이 위협받는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57.6%로, 상당수가 AI를 역량 강화 도구로 인식한 셈이다.

'전문직·사무직'엔 AI 필수…"AI 활용 피할 수 없어"

생성형 AI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은 직군은 전문·관리직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국 2만5509가구, 만 3세 이상 가구원 6만229명을 조사한 '2024 인터넷이용실태조사'를 보면 전문·관리직 중 53%는 생성형 AI 서비스 경험했다. 이어 사무직 50.7%, 학생 50.1%, 서비스·판매직 26.8%, 생산 관련직 21.3%, 농림·어업직 14.4% 순이었다.

김태훈 서강대 메타버스대학원 교수는 "늘 나타나는 신구 갈등은 있겠지만 AI를 사용하면 업무 효율이 너무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AI를 활용하는 흐름을 피해갈 순 없다"면서 "사내에서 AI 서비스를 사용하다 데이터가 유출되는 문제가 우려될 수는 있지만 이런 문제는 별도의 보안 장치를 마련하는 식으로 대처하면 되고, AI 활용을 '너의 능력이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A씨 사례와 달리 오히려 AI 툴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기업 관리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력을 감축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김 교수는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최근 초급 개발자 채용을 줄이고 있고 기존에 6개월씩 걸렸던 개발 작업도 AI를 활용해서 이틀 만에 끝내기도 한다"며 "기업들이 AI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효율이 떨어지는 인력은 내보낼 수도 있다는 '무언의 경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짚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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