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효율성을 높이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경제 시스템의 재설계를 통한 조직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 세계 AI 시장을 선도하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들은 AI가 기업 운영의 전 과정에 침투하면서 단순한 생산성과 효율성 개선을 넘어 조직 구조와 노동의 정의 자체를 변화시키는 전환점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2025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AI 리더십’ 세션에 참가한 주요 빅테크 AI 총괄책임자들은 AI의 확산이 기업 내 의사결정 구조, 비용 구조, 고객 전략, 노동시장 재편까지 전방위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메타의 비즈니스 AI 부문 부사장인 클래라 시는 “AI는 지금까지의 기술처럼 부서별 효율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과 영업, 고객 대응 같은 업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전통적인 부서 중심 경영 체제를 재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도입 속도와 규모 면에서의 전례 없는 확산도 주목할 대목이다. 프랜시스 더수자 구글 클라우드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 구글이 만드는 코딩 중 30% 이상을 AI가 제작하고 있다”며 “AI 도입은 더 이상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글로벌 대기업이 빠르게 전면 도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저 회계펌인 PwC의 맷 우드 글로벌 테크 이노베이션 책임자도 “전사적으로 90% 이상의 팀이 AI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220만건의 작업을 AI 에이전트가 자동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AI는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업무 설계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며 향후 ‘에이전트가 에이전트와 일하는’ 시스템 기반 구조가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는 또한 기업의 비용구조 전환, 노동력 재배치, 신규 사업 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더수자 COO는 “AI를 통해 10명 이하 인력으로 수십억 달러의 기업 가치 창출이 가능한 ‘초경량 고성장’ 기업들이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의 전면적인 등장에 따라 인간의 역할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아파르나 첸나프라가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AI는 노동생산성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수요 초과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며 “앞으로 직원들은 각자 AI 에이전트 팀을 이끄는 팀장이나 CEO처럼 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첸나프라가다 CPO는 “조직원이라면 이제 누구나 아인슈타인을 비서로 두고 있는 상황”이라며 “누구나 CEO 혹은 팀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일을 하는 사람(Doer)’에서 ‘일을 지시하는 사람(Director)’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AI와 건강을 접목한 기술 기반 복지 솔루션도 주목받았다.
인간의 행동 변화를 지원하는 기술기업인 스라이브 글로벌의 아리아나 허핑턴 창업자 겸 CEO는 “AI 기반 개인 건강 코치를 통해 의료비 절감과 직원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AI가 질병 치료를 넘어 건강한 삶의 습관을 설계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I 도입이 가져올 일자리 불안, 정보 편향, 기술 격차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시 부사장은 ▲데이터 보안 ▲허위정보 ▲차별 ▲인력 대체 ▲기술 접근 격차 등 5대 리스크를 언급하며 “AI 설계 시 인간 중심 원칙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핑턴 CEO 역시 “AI가 인간다움을 앗아갈 위험도 있다”면서 “열정, 공감, 사랑, 지혜 등 인간이 AI와 다른 특성을 유지하고 키울 수 있는 방식으로 AI가 활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결국 기업과 조직의 성공은 향후 AI의 활용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앞으로 3~5년 안에 기업 운영 방식과 고객 경험, 노동시장 구조까지 AI 중심으로 전면 재편될 것이기 때문이다. 첸나프라가다 CPO는 “미래는 이미 도달했지만 고르게 분포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AI 전환을 선제적으로 주도하는 기업만이 향후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