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요동, 1486원까지… 코스피 장중 2400 붕괴

16 hours ago 2

정치 혼돈 속 금융시장 ‘살얼음판’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원-달러 환율(오른쪽)과 코스피.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86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장중 고가 기준으로 148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처음이다.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코스피도 장중에 낙폭이 1.7%까지 커지며 2,400 선을 내주기도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원-달러 환율(오른쪽)과 코스피.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486원까지 치솟았다. 환율이 장중 고가 기준으로 1480원을 넘어선 건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처음이다.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코스피도 장중에 낙폭이 1.7%까지 커지며 2,400 선을 내주기도 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2·3 비상계엄’ 이후 급등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으로 장중에 1480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주간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는 이틀 만에 10원 넘게 올랐다.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환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7원 오른 1467.5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이 크게 줄었지만 오전 장중 한때 1486.7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장중 고점 기준으로 환율이 1480원대를 보인 건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처음이다. 야당이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기로 한 26일부터 주간 종가는 11.1원 뛰었다. 탄핵이 가결된 이후 야간 거래에서 환율은 한때 다시 1479원을 넘어서며 이날 주간 종가보다도 11원 넘게 오르기도 했다.

환율 급등에 외국인투자가의 엑소더스(대탈출)가 이어지면서 코스피도 장중 2,400 선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4.90포인트(1.02%) 떨어진 2,404.77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1480원을 웃돈 오전에는 장중에 1.7% 급락하며 2,388.33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환율이 오름 폭을 줄이면서 코스피도 낙폭이 줄었지만 코스피가 2,400 선을 밑돈 건 20일 이후 4거래일 만이다.

계엄 이후 환율 80원 급등… “조만간 1500원 돌파” 전망도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 환율 요동, 장중 1480원 돌파
“잇단 탄핵으로 정치 불확실성 확대… 대외 신인도-해외 투자심리 타격”
환율, 연일 연중 최고치 다시 써… 고환율 이어지면 기업 줄도산 우려
금감원, 시장상황 점검회의 열어


원-달러 환율이 무서운 기세로 오르면서 장중 1480원마저 돌파했다. 전 세계적으로 강(强)달러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독 원화 가치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정치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환율이 늦어도 내년 초 1500원을 찍을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 수준의 고환율은 한국 경제를 더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금융위기 수준 환율, 연말 1500원 돌파 가능성도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달 3일 고점 기준 1406.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486.7원까지 치솟아 24일 새 80원 넘게 올랐다. 오후 들어 상승 폭을 반납한 끝에 1467.5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는데, 시장에선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있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19일 1450원대를 찍은 지 4거래일 만인 26일 1460원대를 넘어섰고, 하루 뒤 1480원대까지 뚫으며 연일 연중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금융위기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날 환율이 급등한 것은 국내 정치 리스크가 주요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26일까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통상 불확실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금리 인하 기조 등 대외적 요인들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면 이날은 한국 고유의 정치 리스크에 의해 움직인 측면이 강하다”며 “대통령 한 명이 탄핵된다는 것만으로도 정치 불확실성이 상당한데 권한대행까지 탄핵되는 상황은 한국의 대외 신인도와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크게 타격을 입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1500원 돌파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가뜩이나 연말 외국계를 비롯한 대부분 금융기관의 거래량이 적어 조금의 거래로도 환율이 튈 수 있는 환경인데 탄핵 정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1500원까지는 충분히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정치적 이슈 때문에 환율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연말 1500원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정치 불안의 장기화, 가계 및 기업 연체율 상승,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력 및 외화 유동성에 대한 의심 등이 커질 경우 내년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이 새로운 뉴 노멀이 될 위험이 있다”고 조언했다.

● “고환율 장기화되면 파산 기업 늘어날 것”

문제는 현재 한국 경제가 지금과 같은 환율의 가파른 상승 속도를 버텨낼 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내년 1%대 성장이 예상되고,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고환율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까지 커지고 있다. 여기에 리더십 공백으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지 못하면서 대응력도 약화된 상태다. 게다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응할 골든타임은 이미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 매우 취약해진 상태에서 1500원대 환율이 유지된다면 외화 부채 위기로 이어져 경제가 박살 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의 파산 가능성도 제기됐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과 같은 환율은 금융위기 때 말고는 겪어 본 적이 없다”며 “내수도 악화돼 있는 상황에서 현 수준의 환율이 이어진다면 한두 달 내 한계기업과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파산하는 기업도 꽤 많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금융 상황 점검 회의를 열어 최근 환율 급등과 연말 자금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금융권에서도 환율 변동으로 인해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주요 금융그룹은 자본 적정성, 유동성 지표 등 조기경보 체계를 운영하면서 외화 유동성과 자산 건전성 관리에 돌입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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