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달러지수 110선 육박
1월 금통위 ‘동결’ 전망 속속 등장
소비심리 악화에도 데이터 관망해야
2월 경제 전망과 함께 인하가 설득력 있어
원·달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시장 전문가들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인하 전망에 힘이 빠지고 있다. 지난 주초까지만해도 1450원대로 내려온 환율이 인하 전망이 다소 우세했지만, 달러가 점차 강세를 보이자 전문가들이 속속 유지로 시각을 바꾸는 등 동결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13일 서울외환시장에서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1465.0원)보다 8.2원 오른 1473.2원에 개장했다. 4거래일째 오름세로 1470원대 환율은 종가 기준 지난해 말(1472.5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 오름세는 미국의 깜짝 고용에 따른 미국의 경기 호조와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의 금리 동결 시사 발언의 영향이 크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비농업부문 고용은 전달보다 25만6000명으로 예상치(16만명)를 크게 넘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 위험 지속에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언급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전망도 높아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1월 FOMC에서 연준의 금리 동결 예상은 한달 전 77%에서 97%로 올랐다.3월과 5월 동결 가능성도 절반이 넘고 6월에는 43%로 떨어진다. 이 영향으로 달러지수는 지난 10일 한때 109.91로 110선을 넘봤다.환율은 1월 금통위에서 금리 결정의 키를 쥔 주요 변수로 평가된다. 트럼프 관세 장벽과 정국 불안 우려에도 정부의 예산안이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확정되지 못해 서둘러 금리를 내려야 할 필요성이 높지만 금융위기 수준인 1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뛴 환율에 금리를 내릴 수 만은 없는 처지다.
우리은행은 1월 중순까지 미국 성장 예외주의에 입각한 글로벌 강달러 부담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점과 우리나라의 정국 불안과 엔화 강세 지연 등의 이유로 1월 원·달러 예상범위를 1430~1500원으로 높여잡았다.
◆달러값 치솟자…전망 바꾸는 전문가들
새해 첫 금통위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환율 레벨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지난해 말 1480원에 육박하던 환율이 이달 초 1450원대로 내려오자 1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한은은 ‘2025년 통화정책운용방향’을 통해 이례적으로 올해 금리 인하를 시사했고, 올해 초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이 “곧 국민연금 환헤지 물량이 나올 것”이란 발언은 한은이 금리를 낮추기 위해 환율 관리에 나섰다는 해석과 함께 인하설에 힘을 실은 요소로 꼽힌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F4(Finance 4)로 불리는 경제 수장들의 목소리를 주도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도 1월 인하 예상의 논거로 작용했다. 지난달 물가설명회에서 빅컷 여부에 대해 이 총재의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는 발언은 스몰컷(25bp 인하)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속내로 읽혔다.
경기와 환율 속 딜레마에도 이들 발언을 배경으로 지난주 초만 해도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1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이란 의견이 60~80%에 달할 정도로 우세했다. 하지만 지난주 후반부에 달러지수가 109선을 넘고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자 전망을 수정하는 전문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그동안 한은 총재와 집행부의 메시지가 인하를 가르킨다고 봤었지만 환율이 이렇게까지 치솟으면 못 내린다”면서 “보고서를 이미 인하로 낸 후라 바꾸진 않겠지만 이번에도 틀릴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당초 인하와 동결 소수의견 전망을 냈지만 주말 새 동결과 인하 소수의견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그는 “국민연금 환헤지로 환율이 1450원대 이하로 안정됐지만, 다시 고용 충격에 환율이 높아졌고, 트럼프 취임 전후로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한 증권사의 채권 운용역은 “당초 시장에서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지만, 지난주 금요일에 동결 전망을 내놓는 증권사 리포트와 전망이 속속 나오면서 채권 금리가 올랐다”면서 “환율이 이렇게까지 오르면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채권시장도 지난 10일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금통위에서의 동결 기대를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2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4.1bp 상승한 2.650%를 3년물 금리는 6.1bp 오른 2.561%를 기록했다. 5년물은 5.7bp 오른 2.684%를, 10년물은 5.9bp 오른 2.837% 마감했다.
◆“환율 더 높아질 수도…소비 데이터 니쁘지 않아”
시장에서는 이번 달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1500원대에 육박하는 환율이 우선 지목된다. 달러지수가 110에 오르면 단순 환산으로도 원·달러는 1480원대에 오르게 된다. 정국 불안에 1500원대 환율도 어렵지 않다는 시각이다.
경기 우려가 과도하다는 점도 꼽힌다. 탄핵 정국과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에 소비심리가 쪼그라들었지만, 실제 소비 데이터는 크게 나쁘지 않다. 3회 연속 금리 인하로 경기 불안을 높이기보다 일단 관망 후 2월 경제 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 하향과 인하에 나서는 편이 한은으로서도 더 나은 선택이란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월 첫째주(11월 30일~12월 6일) 신용카드 이용액 변동률은 1년 전보다 7.3% 늘었지만 탄핵 정국에 돌입한 둘째주에는 3.1%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달 14일이 포함된 셋째주에는 2.8% 올랐고, 넷째주에는 -1.5%로 소폭 하락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 하락했지만 조사기간이 12월10~17일로 탄핵 사태가 크게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심리보다 1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뉴스심리지수는 지난달 11일 77.47 기록 후 이달 6일에는 92.29까지 올라왔다.
1월 금통위가 트럼프 취임과 신정부의 첫 국채 발행 계획, 1월 FOMC(공개시장운영위원회), 1월 일본은행(BOJ) 금융정책회의 등 주요 이벤트 직전에 열리는 만큼 정책 여력을 남겨둬야 하다는 점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움직이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시장에선 지난 회의에서 동결 의견을 냈던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부총재가 기존 주장을 이어갈 가능성을 높게 본다. 11월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한 이수형 위원도 최근 물가와 금융안정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발언을 내놨다는 점에서 환율을 우선시 한 결정을 내린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그동안 예상보다 외환시장 개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냈지만, 1500원을 인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금통위도 부득이하게 환율에 대한 고려를 원포인트로 높여 대응해 금리 인하를 보류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동결과 인하 소수의견 2명 등장을 전망하여 “3번 연속으로 인하할 정도로 경제가 위기인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한국 경제가 ‘우려와 부진’을 넘어 ‘침체’로 뚜렷하게 나아가고 있지는 않다”며 “2개 분기 연속 역성장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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