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다문화 초중고생 19만명
10년새 3배… 2년뒤 5% 돌파
한국어 학습반 전국 526곳 그쳐… 다문화 강사-지역 연계 턱없이 부족
“언어 교육 등 한국정착 지원해야”
올 초 ‘러시아어 동시통역 입학식’으로 화제가 된 광주 광산구 하남중앙초교 관계자가 20일 말했다. 학교가 동시통역에 다개국어 홈페이지까지 준비하는 이유는 학생 240명 중 66%(158명)가 다문화 학생이기 때문이다. 경기 안산원곡초교의 경우 전체 89%가 다문화 학생이다. 모든 교실에 동시통역 기능을 지원하는 마이크와 전자칠판이 있다. 휴대전화 번역기가 보급되기 전까진 가정통신문도 3개 언어로 번역해 보냈다.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비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다문화 학생 비중이 5%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전남의 다문화 학생은 1만1117명, 도 전체 학생의 6.4%였다. 이어 충남 1만3430명(5.8%), 경북 1만2814명(5.2%), 전북 9010명(5.0%) 순이었다.
다문화 학생 증가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초저출산 상황 탓에 장기적으로 외국인 유입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이주민 밀집지역 소재 학교 혁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교생의 30% 이상인 초중고교가 2023년 기준 전국에 350곳에 달했다.● 학교 1만 개 넘는데 한국어 학급 500여 개뿐하지만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시설 등 인프라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전국 초중고교 수는 1만2186곳인 데 비해 전국 다문화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학급(KSL·Korean is Second Language class) 수는 526개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이주배경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다문화 청소년 한국 적응 프로그램 ‘레인보우스쿨’의 경우 올해 3월 기준 전국 13곳뿐이다. 이용 청소년도 지난해 937명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당수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어 습득은 물론이고 교과 과정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에 사는 파키스탄 출신 아만울라 씨(35)는 “첫째가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를 거의 하지 못해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아내도 한국말이 서툴러 막막하다”며 “학교에 다문화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 별도의 지원 프로그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남에서 초등학생을 키우는 한 중국인 부모도 “참관 수업을 가봤더니 애가 한국어를 잘 못 알아들어서 수업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더라”며 “지방이다 보니 지역 센터나 프로그램도 부족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KSL 반과 다문화 강사를 늘리고 지역 시설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건우 국립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한국어 교육을 집중 교육해 다문화 학생의 공교육 진입과 학교 적응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경우 ‘경기 한국어 공유학교’를 통해 지역사회가 공간을 제공하면 교육청이 프로그램과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다문화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이혜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거점 학교를 지정해 다문화 자녀들의 한국어와 한국 생활 관련 교육을 집중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안산=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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