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오랜 염원이던 마스터스토너먼트 우승과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사진)는 잠시 길을 잃은 듯 보였다. 휴식을 취한 뒤 투어에 복귀했지만 성적이 시원치 않았고 언론 인터뷰를 피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스스로도 “새로운 목표를 찾지 못한 상태”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5개월 만에 매킬로이가 돌아왔다. 사실상 홈그라운드인 아일랜드에서 특유의 드라마틱한 경기를 펼치면서다. 8일(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K클럽(파72)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암젠아이리시오픈(총상금 600만달러) 최종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8.5m 이글을 앞세워 짜릿한 역전승을 했다. 고향팬들의 뜨거운 응원은 그에게 우승상금 102만달러(약 14억1000만원)를 훨씬 웃도는 감격을 안겼다.
이날 4타 차 공동 4위로 경기를 시작한 매킬로이는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요아킴 라게그렌(스웨덴)이 2타 차 선두로 매킬로이의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 매킬로이는 18번홀(파5)에서 8.5m 이글 퍼트를 성공시키며 단숨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3차 연장전에서 먼저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라게그렌을 꺾었다. 마스터스 이후 5개월 만의 우승이자 자신의 DP월드투어 20번째 우승이다.
매킬로이는 북아일랜드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부터 아일랜드골프협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두 번의 올림픽에도 아일랜드 국가대표로 출전했기에 이번 대회는 자신의 홈 경기와 마찬가지였다. 그랜드슬래머로 돌아온 매킬로이를 아일랜드는 뜨겁게 반겼다. 첫날부터 2만 명 넘게 대회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보냈다. 매킬로이 역시 고향팬들에게 최고의 시간을 선사했다. 마스터스 우승자를 상징하는 그린재킷과 네 개 메이저대회 트로피를 가져가 고향팬들에게 선보였고 최종 라운드에서는 짜릿한 대역전극을 선물했다.
매킬로이는 “이번주 내내 정말 놀라운 응원을 받았다. 그들을 위해 내가 해 온 방식으로 경기를 할 수 있어 정말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