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김승현 기자] 배우 정호연이 ‘호프’를 함께한 황정민, 조인성과의 촬영 에피소드부터 첫 스크린 데뷔 소감까지 솔직하게 털어놨다.
정호연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동아닷컴과 만나 영화 ‘호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정호연은 ‘호프’를 함께 촬영한 황정민과 조인성을 칭찬했다. 그는 “정민 선배는 절대 늦지 않는다. 기본 20분 일찍 오신다. 선배님이 그러시니 저도 항상 누구보다 일찍 오려고 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으신다. 서로 익숙해지다 보면 편해지는 순간이 올 법한데 그런 순간을 항상 경계하셨다. 특히 액션을 찍다 보면 안전에 유의해야 하기 때문에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 에너지를 가지고 계셨다. 이런 자세가 정말 필요하구나 느꼈다”고 전했다.
조인성에 대해서는 “인성 선배는 정말 유연하셔서 스태프들 한 명 한 명을 유머러스하게 챙기고, 현장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에너지가 있으셔서 그런 점을 많이 배웠다. 아빠와 엄마로 비유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정호연은 “저는 현장에서 해맑고 밝은 아이였던 것 같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밌었고 같이 하는 게 너무 신났다. 시사회를 하면서도 제 이름이 황정민, 조인성 선배 옆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꿈같은 일이었다. 새삼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현장에 있는 내내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영화 이야기와 신 이야기를 하는데 돈을 내고도 경험하기 힘든 걸 하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나홍진 감독은 자신이 지켜나가야 할 존재로 ‘영화’를 꼽은 적 있다. 정호연은 ‘정신 상태’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정민 선배도 이야기하셨는데 이 작품을 하면서 선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나만의 선의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수도 있고, 선의를 가지고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생각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의를 지키며 살고 싶다. 정민 선배도 촬영하면서 저한테 ‘호연아, 다른 건 몰라도 배우는 선의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술 한잔하면서 말씀해주셨다. 그게 중요한 키포인트라고 생각했다”라며 “정신 상태라고 이야기한 것은 선의를 지키고 살아가기 위한 건강한 멘탈 상태를 뜻한 것이다. 치열하게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 이후 글로벌 스타로 부상한 정호연. 그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그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급하게 작품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저에게 시간을 주자고 생각했다. 제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배우로서 제가 걸어온 시간에 비해 굉장히 큰 일이다. 그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면서도 너무 잘하고 싶으니 욕심과 경험이 충돌하는 지점을 항상 마주친다. 그럴 때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려고 노력한다. ‘괜찮아. 연기에서만큼은 한 스텝씩 가자. 무언가를 증명하거나 보여주려고 하지 말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관객분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이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이 불안감을 잠재워줬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사한 기회를 받았는데 누가 마다할 수 있겠나. 더 중요한 고민은 앞으로 이 좋은 기회를 어떻게 잘 풀어나갈 것인가, 그리고 더 오래 잘 유지할 것인가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호연은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경험이 많고 풍부한 선배님들, 감독님들의 작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주연이 돼 단독으로 이끄는 작품보다는 제가 안에 들어가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어느 현장이든 배우는 것이 있겠지만, 옆에 베테랑들이 있으면 정말 다양한 디테일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영화를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굉장히 큰 영감을 줘서 그런 현장을 찾아다녔다”고 밝혔다.
정호연은 이번 ‘호프’를 통해 얻고 싶은 평가에 대해 “정말 재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관객분들이 쓰신 시간에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말 재밌게 ‘호프’를 즐기셨으면 좋겠다. 영화라는 게 저에게는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거나 일상으로부터 잠시 도피하게 해주는 존재다. 관객분들도 삶에서 어떤 일을 겪고 계시든 ‘호프’를 보는 시간만큼은 ‘호프’의 세계 안에 푹 빠져 즐거운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프’를 마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칭찬과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에 대해 “끝까지 해냈다는 걸 칭찬하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는 점을 칭찬하고 싶다”면서 “변화는 집중력이 좋아진 것 같다. 선배들과 감독님의 집요함과 끝까지 가는 태도 덕분에 저도 그런 훈련이 된 것 같다”고 했다.
‘호프’를 통해 스크린에 첫 데뷔하게 된 정호연. 그는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제 얼굴을 큰 화면에서 본다는 게 진짜 꿈같은 일이다. 그리고 정말 오랜 시간을 보내고 만든 작품이라 그런지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이라는 노래처럼 그런 기분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끝으로 그는 스크린에서 자신을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 “뭐라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어떤 이미지라도 관객분들께 심어드릴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딱 정해진 반응보다는 어떤 반응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한편, 정호연이 출연한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에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김승현 기자 tmd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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