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김승현 기자] 배우 정호연이 나홍진 감독에게 러브콜을 받은 심정부터 ‘호프’ 시나리오를 받은 순간까지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정호연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동아닷컴과 만나 영화 ‘호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정호연은 ‘호프’ 개봉을 앞두고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는데 설렘이 크다. 너무 오래 기다렸던 작품이라 빨리 관객분들을 만나 피드백도 들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호연은 나홍진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을 당시의 심정도 털어놨다. 그는 “하늘을 날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당시에도 다음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미팅 요청을 주셨다. 제 마음가짐은 당연히 오디션을 보러 간다는 생각이었다. 가는 길에도 상상을 많이 했다.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고,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막상 가니까 감독님의 눈빛이 강렬하더라. 눈을 안 깜빡이시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제 오른편에 앉아 계셨는데 감독님의 눈을 본 순간 ‘무슨 척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해도 감독님은 저를 꿰뚫어보실 것 같아서 최대한 있는 그대로의 저를 보여드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정호연은 “감독님이 ‘정 배우가 충무로에 들어올 텐데 짜장면 한 그릇 사줘야 하지 않겠냐’며 저녁으로 짜장면을 사주셨다. 그걸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그 자리도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호연 배우에게 시나리오 전달해 주세요’라고 하셨을 때 너무 놀랐다. 오디션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지만 그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주실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어서 너무 행복했다”며 “제 손안에 들려 있는 시나리오가 세상의 금은보화보다 값지게 느껴졌다. 가는 길 내내 품에 안고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집에 와서 제일 먼저 한 게 ‘호프’ 밑에 제 이름을 적은 일이었다. 그 정도로 간절했고 꼭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영화계에서 괴짜라는 소문이 상당한 나홍진 감독과 작업하는 것이 걱정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정호연은 “타협하지 않으신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제가 아직 신인이라 그런지 저한테는 나홍진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안 해주시는데, 결과물을 위해서는 양보하지 않고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팅 때부터 그런 집요함이 느껴졌다. 옷이 경찰복 한 벌인데도 피팅을 세 번 진행했다. 다크 블루부터 블랙, 살짝 밝은 연파랑, 회색까지 옵션들이 다양했다. 촬영감독님, 의상감독님, 감독님이 자연광에서 어떻게 비칠 것인지, 피 분장과 먼지 분장에는 어떤 것이 효과적으로 보일 것인지 정말 디테일하게 고민하셨다. 피팅 세 번, 리허설 네 번을 거쳐 소품과 의상을 결정하셨다. 이렇게까지 피팅을 많이 한 건 처음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님들이 얼마나 디테일하게 한순간 한순간을 만들어가시는지 존경심이 들었다. 황정민 선배도 완벽주의셨고, 현장에 큰 어른들이 그런 자세로 작품을 대하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됐다. 그런 환경을 마련해주셔서 배우로서 감사했다. 제 경험치로는 생각하지 못했을 디테일을 만들어주셨다”고 덧붙였다.
앞서 ‘호프’ 캐스팅 당시 황정민이 정호연을 추천해 성사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호연은 “선배님 말씀으로는 신선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성애는 긴 총기 액션을 수행해야 했는데, 그 룩이 액션을 했을 때 어색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두 분께서 가지고 계셨던 것 같다. 황정민 선배가 ‘오징어 게임’을 보신 기억이 있으셔서 ‘호연이 어때?’라고 가볍게 제안했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처음 ‘호프’ 시나리오를 읽은 뒤 정호연은 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그는 “처음 작품을 읽고 나서 너무 많이 웃었다. 감독님께 가서 ‘제가 너무 많이 웃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웃어도 되는 건가요’라고 물었다. 감독님께서 ‘본인이 그렇게 느끼면 된 거다’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이 다양한 생명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 삶 자체를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비극적인 삶 속에서도 웃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각자의 입장 차이와 선의, 욕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비극이 일어나면서도 모두 저마다의 선의와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나. 그게 너무 다양하니 삶 자체를 말로 이해하고 정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우리는 그걸 찾으면서 살아가는 존재이지 않나. 정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정답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한편, 정호연이 출연한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이 비상에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오는 15일 개봉한다.
김승현 기자 tmd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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