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 성공보수 금지, 11년 만에 바뀌나…법조계 이목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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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3.23 16:00 수정2026.03.23 16:00

형사사건 성공보수 금지, 11년 만에 바뀌나…법조계 이목 '집중'

형사 사건에서 변호사 성공 보수를 금지한 대법원 판단이 11년 만에 바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성공보수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이 나온데 이어, 성공보수 금지 이후 법률 소비자들의 효용이 오히려 더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3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조배숙·송석준·신동욱·김재섭 의원실과 서울지방변호사회와 공동으로 ‘국민의 방어권 강화를 위한 형사성공보수 정상화 방안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이 금지됐다. 대법원은 당시 변호사 역할의 공익성, 사법불신의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성공보수 금지는 주인(의뢰인)이 대리인(변호사)으로부터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선택지 중 하나를 제거한 것”이라며 “주인은 대리인의 행동을 ‘직접 감시’함으로써 대리인 노력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이는 성공보수약정보다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결국 의뢰인의 효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11년 전 “형사사건에서 일정한 수사·재판 결과를 ‘성공’과 연결짓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도 폈다. 불기소나 구속 피고인의 석방, 무죄판결 등은 변호사의 노력 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취지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해 “실무상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이나 법률판단 모두 당사자와 변호인의 변론 노력과 성과에 따라 달라진다”며 “변호인 노력과 형사재판 성공 사이 상관관계는 부정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형사보수 금지 이후 착수금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변호사는 성공보수 금지로 줄어든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착수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서울지방변화회가 회원 96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5%가 대법원 판결 이후 형사사건 착수금이 늘어났다고 답했다.

반면 대법원 판결 이후 형사업무 투입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대답한 비율은 62.7%에 달했다. 지 교수는 “변호사는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고정보수를 수령하므로, 형사송무에 최소한의 노력만 투입하는 게 효용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선택이 된다”며 “결과적으로 변호사의 효용은 감소하고, 형사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업무 투입시간 역시 감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효 판결 이후 동일 변호사가 형사사건을 수임할 경우 승소확률이 민사사건에 비해 6.2%포인트 낮게 나타났다고 제시했다.

최근 하급심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인정한 사례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1-3부는 지난 1월 A법무법인이 의뢰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B씨는 2019년 11월 1심에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B씨는 항소심을 앞두고 A법무법인과 무죄 확정 시 3300만원의 성공보수를 지급하겠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B씨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B씨는 형사성공보수 금지 판례를 들어 성공보수 지급을 거부했고, A 법무법인은 소송을 냈다. 1심은 B씨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은 “모든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선량한 풍속과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평가할 건 아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B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엔 A 법무법인의 노력이 있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성공보수 약정 역시 강행규정이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된다면, 10여년 만에 형사사건 성공보수 관련 대법원 판례가 바뀌게 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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