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와 상생협약… 2·3차 협력사까지 대금 지급·기술개발 지원
주병기 “단가 인하 중심 성장 벗어나 혁신 생태계로 전환해야”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아트홀.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이 무대에 올라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조하자 객석을 채운 포스코그룹 주요 계열사와 협력사 관계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열린 ‘포스코그룹 상생협약 체결식’에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과 이주태 사장을 비롯해 이희근 포스코 사장,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 엄기천 포스코퓨처엠 사장, 심민석 포스코DX 사장 등이 참석했다.
조선내화, 나인와트, 여흥건설, 한승케미칼, 서번텍 등 1·2차 협력사 대표를 포함해 참석자는 130여 명에 달했다. 행사장 앞줄에는 협약에 참여한 그룹사와 협력사 대표들이 나란히 자리했고, 협약서 서명을 마친 뒤에는 서로 손을 맞잡은 채 기념촬영을 했다.이번 협약은 포스코그룹과 1차 협력사 간 지원에 머물던 기존 상생 체계를 2·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포스코그룹 공급망에 속한 약 5300개 협력사가 직간접적인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그룹은 협약을 통해 △대금 지급조건 개선 △상생결제시스템 활성화 △상생협력에 참여하는 1차 협력사 우대 △협력사 경쟁력 향상 지원 등 4대 실천사항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포스코그룹은 협력사에 지급하는 대금을 평균 10일 이내 전액 현금성으로 지급한다. 1차 협력사는 2차 협력사에, 2차 협력사는 3차 협력사에 각각 최대 30일 이내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결제일에 현금 지급을 보장하고, 결제일 이전에도 낮은 금융비용으로 대금을 현금화할 수 있는 상생결제시스템도 활성화한다. 2·3차 협력사와 공정거래 협약을 체결한 1차 협력사에는 공급사 평가 과정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이주태 사장은 환영사에서 “불안정한 공급망과 거대한 산업 변화 앞에서 굳건한 상생 없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이번 협약을 기점으로 상생협력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문화 확산, 협력사 자생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 지원, 협력사와의 소통 확대 등 세 가지 추진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법을 준수하는 수준을 넘어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문화가 1·2차 협력사를 거쳐 산업 생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며 “금융 지원과 기술개발,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협력사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동반자가 되겠다”며 “협력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포스코그룹이 상생협력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축사에서 상생협약을 단순한 협력사 지원책이 아니라 시장 시스템과 산업 경쟁력의 전환을 위한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주 위원장은 “국가의 역할이 배제된 시장에서 각자가 사적 이익만 추구하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생각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을 이루기 어렵다”면서 “시장에는 잘 설계된 제도와 공정한 경쟁 질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중심의 단가 인하와 비용 절감 경쟁이 과거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일정 부분 기여했지만, 현재의 산업 환경에서는 기술 혁신과 창의성을 끌어내는 방향으로 기업 간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위원장은 “착취적 질서가 뿌리내린 시장에서는 특권층이 시장을 독점하고 중소기업과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이 가로막힌다”며 “강자는 독점적 지위에 안주하고 약자는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혁신의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대한민국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성숙한 시장 시스템과 문화가 충분히 뿌리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건실한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탈탄소 에너지 전환과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으로 기업 간 경쟁이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 생태계와 국가 시스템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주 위원장은 “포스코는 주주와 임직원을 넘어 국민의 기업으로서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과 연결돼 있다”며 “대기업과 협력사 간 상생협력은 포스코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산업 생태계 전체를 견인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포스코그룹이 대금을 10일 이내 현금성으로 지급하고 기술개발과 공정 개선 성과를 협력사와 공유하기로 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 위원장은 “상생협력은 비용이 아니라 포스코그룹의 지속적인 혁신을 위한 기반이자 산업 생태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투자”라며 “상생에 앞장서는 기업과 협력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정당하게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포스코그룹 상생 프로그램에 참여한 협력사들의 우수사례 발표도 진행됐다.
한승케미칼은 포스코퓨처엠의 성과공유제와 기술보호, 경영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한 사례를 소개했다. 한승케미칼은 수처리 약품과 시안 처리제, 불소 처리제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김상수 한승케미칼 대표는 협력사가 개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포스코퓨처엠이 실제 생산 현장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하면서 새로운 공정 관리 방안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승케미칼은 성과공유 과제 수행을 통해 3년간 수의계약 권리를 확보했고, 개발된 기술을 유사 공정에도 확대 적용했다. 2010년 이후 14년 동안 3건의 핵심 기술을 보호받으며 안정적인 공급 기반도 마련했다.
포스코퓨처엠 우수 공급사로 7년 연속 선정됐으며, 최근 3년간 약 127억 원 규모 계약에 대한 보증보험료 지원도 받았다. 2024년부터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사와 경영 개선 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다.
산업용 특수윤활유 등을 생산하는 광우는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한 생산성 개선 사례를 발표했다.
광우는 1989년 포항에서 설립된 뒤 철강과 자동차, 기계, 전자, 화학, 방위산업 등에 사용되는 소재와 제품을 공급해 왔다.
포스코와 1차 협력사 대동을 통해 스마트공장 프로그램에 참여한 광우는 합성에스테르 제조공정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문 프로젝트매니저를 배치해 업무 부담을 낮추고 생산공정을 개선한 결과 납기 준수율은 99.2%까지 높아졌다.
제조비용은 8% 줄었고 생산량은 12% 증가했다. 안전사고 예방과 보안 해킹, 기술 유출 방지, 에너지 관리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그룹은 2004년 국내 기업 최초로 성과공유제를 도입하고 납품대금 100% 현금 지급, 최저가 낙찰제 폐지,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운영 등 협력사 지원 제도를 확대해 왔다.
이번에는 성과공유제 적용 대상을 기존 1차 협력사에서 2차 이하 협력사까지 넓힌다. 협력사와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발생한 재무적 성과를 하위 협력사와도 공유해 공급망 전반의 기술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협약 내용을 내년 초 체결할 협력사 공정거래 협약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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