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직후부터 애물단지 신세
5년간 운영적자 290억원 메워
작년엔 1600억 민사소송 패소
경남 직영 전환에도 실적 저조
충분한 검증 없이 추진한 사업
예상 못미친 관람객에 '적자늪'
1600억원대 민간 사업자와의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경상남도 마산로봇랜드가 '적자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5년간 적자 금액 290억원을 포함해 경남도와 창원시가 마산로봇랜드와 관련해 투입한 혈세만 총 200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마산로봇랜드를 새롭게 단장하고 직영체제로 전환했으나 경영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한 셈이다. 현 상황이 유지될 경우 사업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전시행정을 위한 민간 투자유치 사업에 혈안이 된 지방자치단체에 반면교사로 남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12일 경남도의회 행정사무 감사자료에 따르면 마산로봇랜드 적자 규모는 2020년 50억원, 2021년 110억원, 2022년 49억원, 2023년 51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서도 9월까지 28억원 적자를 나타내 올해 총 38억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된다. 지자체가 출연금으로 마산로봇랜드 적자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입장객 수도 손익분기점 목표인 68만명에 지속적으로 못 미치고 있다. 마산로봇랜드 입장객은 지난해 47만7000명을 기록했으며, 올 들어서도 지난 11일 기준 41만4000명이 찾았지만 여전히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마산로봇랜드는 개장 초기부터 '애물단지'였다. 마산로봇랜드는 2019년 9월 7일 민간 사업자인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1단계 사업으로 테마파크를 개장했다. 개장 직후 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면서 관람객이 당초 예상치보다 25%에 불과해 사업 초기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후 개장한 지 불과 두 달 만인 11월 대출금 50억원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채무불이행에 빠졌다. 결국 이를 이유로 민간 사업자에게 돈을 빌려준 사모펀드인 다비하나인프라펀드자산운용 주식회사가 실시협약 해지를 요구하면서 호텔 등을 짓기로 한 2단계 사업까지 중단됐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지자체로부터 펜션 용지 1필지를 제때 이전받지 못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2021년 경남도와 창원시, 경남로봇재단을 상대로 실시협약 해지와 관련한 지급금 등 1126억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경남도와 창원시는 지난해 3월 항소심에서 민간 사업자에게 패소해 그동안의 이자를 포함해 총 1660억원을 물어줬다. 경남도는 상고를 포기하면서 두 차례 소송에서만 9억5000만원의 변호인 수임료를 세금으로 지급했다. 로봇랜드로 인해 지난 5년간 운영 적자 보존액과 민간 사업자에게 패소해 배상한 비용까지 약 2000억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저조한 실적은 경영평가에서도 드러났다. 마산로봇랜드를 운영하는 경남로봇랜드재단은 올해 경남도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다'등급을 받았다. 15개 기관 중 8번째 수준이다.
경남도의회에서는 로봇랜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에 열린 경남도 산업국 행정사무감사에서 허동원 경남도의회 경제환경위원장은 "도가 2027년까지 운영 정상화를 계획하고 있으나 흑자로 전환하려면 유료 관람객 68만명이 필요한데 그간 현황으로 볼 때 테마파크 완전 자립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올해 4월부터 직영으로 전환해 재개장한 이후 6개월간 방문객이 전년 전체 방문객과 맞먹을 정도로 나아지고 있다"며 "순환열차 시범 도입 등 신규 콘텐츠 도입과 지역 행사 유치 등 홍보를 다변화하는 등 조기 정상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마산로봇랜드를 정상화하기 위해 올해 1월 약 3년간 맺어온 서울랜드와의 위탁운영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콘텐츠 등 시설을 보강하고 지난 4월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인 경남로봇랜드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재개장했다.
[창원 최승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