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동네에 주민들 사이에서 유명한 만두가게가 있다. 만두를 팔진 않는다. 팔 때가 있지만 인기메뉴가 아니다. 그런데 티맵에 계속 '추천장소'로 떴다. SNS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곳이라 의아했다. 나중에 봤더니 시장 주차장에서 가까운 곳이기도 하고 차를 가진 주민들이 많이 찾으면서 트래픽이 몰려 추천된 것이다. 동네에 산 지 4년 만에 꽈배기 맛집으로 유명한 만둣집을 그렇게 알게 됐다."
배진범 티맵모빌리티 플레이스팀 리더는 지난 22일 한경닷컴과 만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티맵의 '어디갈까' 서비스를 통해 겪은 이색경험을 털어놨다.
'어디갈까'는 티맵 사용자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근거라뿐 아니라 원거리 장소와 향후 이동 경로도 함께 제안하는 장소 추천 서비스다. 목적지를 찾고 길안내를 이용하기 위해 켜는 내비앱의 당초 목적을 완전히 벗어던진 셈이다.
어디갈까가 출시된 건 지난해 9월. 이 서비스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사용자 507만명을 넘어서더니 지난 9일 기준으로 1600만명이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목적지만 찾던 내비앱이 사용자의 관심사와 취향을 토대로 가고 싶은 곳을 탐색하는 앱으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주요 플랫폼들은 탐색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필요한 정보를 찾는 검색 포털도 사용자가 새로운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도록 탐색이 가능한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티맵도 이 같은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있다. 배 리더는 "사용자들을 만나보면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티맵이 장소를 되게 잘 알 텐데 추천도 할 수 있지 않냐는 것이었다"며 "사용자들 말을 종합하면 이동하기 전에도 이동하고 나서도 가기 좋은 곳을 잘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정을 넓혀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티맵 자체가 주로 차를 가진 사용자들 중심인 만큼 어디갈까 사용자층은 주로 40~50대로 나타난다. 하지만 특정 사용자층이나 전체 사용자가 많이 찾는 곳만 추천되지는 않는다.
이미림 티맵모빌리티 플레이스팀 프로덕트매니저는 "기존에는 이동이 많은 순 보여줘서 이동대수가 많은 백화점 같은 곳이 주로 추천됐는데 이번에 어디갈까를 개편하면서 개인화된 장소를 추천하게 됐고 식음료쪽 추천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어디갈까는 △내 주변·발견 △장소 상세·리뷰 △인증뱃지 △추천검색 △이동 시 추천 △비즈 플레이스 등 6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내 주변'은 500m~10km 사이의 거리별 인기 장소를 추천한다. 시간·성별·연령별 검색필터를 적용해 장소를 탐색할 수 있다. '발견'은 사용자 이동패턴에 맞춰 지역별로 개인화된 장소를 제안한다. 어디갈까 서비스 중 높은 클릭률을 나타내는 영역도 '발견' 탭이다.
티맵은 양질의 리뷰 데이터도 축적하고 있다. 실제 목적지까지 주행을 완료한 사용자만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주행인증리뷰' 기능을 업계 최초로 도입한 결과다. 티맵 장소 리뷰 건수는 현재 약 300만건에 이른다.
이 외에도 현지인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주민들이 자주 찾는 맛집을 추천하는 '로컬인기 뱃지', 키워드 추천 검색, 이동 경로 전반에 걸쳐 새로운 장소를 제안하는 '이동 시 추천'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비즈 플레이스 영역에선 사업주가 장소 상세페이지를 관리할 수 있다.
티맵모빌리티는 "예를 들어 자주 방문하는 장소와 비교해 추천 장소가 얼마만큼의 유사성을 갖고 있는지, 주말에 방문하는 장소가 어떤 특성이 있는지, 주말에 이동하는 경로패턴이 어떠한지 등을 고려해 AI와 결합한 후 맞춤형 장소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티맵이 태생적으로 갖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고도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서진아 티맵모빌리티 플레이스팀 프로덕트매니저는 "아무래도 내비 위주로 서비스가 활발했어서 장소에 대한 정확한 위치값이나 이동 지원 기능·정보들은 풍부했지만 장소가 가진 상세한 정보 측면에선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며 "사용자들이 어디갈까를 포함해 여러 지면에서 장소를 찾을 때 의사결정에 핵심적으로 필요한 정보들이 가장 위에 노출되어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고도화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어디갈까는 사용자들을 내비 안에 묶어두는 핵심 서비스이기도 하다. 이 매니저는 "다른 앱에서 탐색한 다음 티맵으로 들어오는 것보다 하나의 앱에서 이동 전반에 관한 경험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이동 전과 후에도 콘텐츠를 제공하면 이탈 없이 이동의 모든 과정에 걸쳐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어디갈까의 다음 과제는 '여행지 추천'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연내 '여행 코스 추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내비앱을 통해 여행지 추천 등 여행 관련 콘텐츠를 탐색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이 회사 측 판단이다. '여행 코스 추천'은 하나의 장소를 넘어 여러 장소를 연계해 추천하는 방식으로 작동될 전망이다.
배 리더는 "이동패턴엔 많은 것들이 녹아 있는데 예를 들어 가까운 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는 경로로 몰리는 경우엔 해당 길이 예쁘거나 드라이브를 하기 좋은 경로일 수 있다"며 "이동할 때 가기 편한 길인지, 눈이 즐거운 길인지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식음료에 국한된 장소 추천도 앞으로 관광명소, 팝업, 골프장, 병원, 쇼핑몰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매니저는 "티맵 어디갈까를 통해서 인기 장소를 보고 한 번 가보면 실패 없는 맛집이나 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이용해줬으면 좋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 매니저는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와 같은 앱처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어디갈까의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그는 "언제부터 언제까지 영업하고 '여기 인기 있어요'라는 기존의 딱딱한 장소 정보를 넘어서 사용자들이 부모님이랑 가려고 구분해서 저장도 하고 피드를 통해 이미지 위주로 저장해 무한하게 소비할 수 있는 활발한 구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차를 소유하지 않더라고 언제든 티맵으로 장소를 탐색해 이동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계획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배 리더는 "차가 없는 분들도 어디갈까를 떠올릴 수 있도록 대중교통과도 연계하려고 한다"며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곳도 많이 추천하려고 하고 지금은 티맵이 이동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만 많이 찾는 앱인데 그게 아니라 어디 갈지 생각할 때마다 한 번씩 켜보는 앱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