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노약국의 손님은 일본 전역에 걸쳐 있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대면 의료의 안정적·효과적 도입을 위한 좌담회’. 화상 토론 참석자로 나선 야마다 가주타카 시나노약국장의 표정은 꽤 자신만만해 보였다. 그는 “의료 환경이 열악한 지역 환자를 도울 수 있어 약사 개인으로서도 만족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야마다 약국장의 ‘자랑’을 한참 듣던 한국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자들은 낙담한 기색이 역력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이슬 닥터나우 대외정책 이사는 “한국의 비대면 진료는 벌써 5년째 시범사업으로 표류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시범 꼬리표를 못 떼면 일본은 물론이고 비대면 진료의 선두 주자인 미국 프랑스 등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보기술(IT) 후진국으로 얕잡아 보던 일본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과 관련해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시장을 키우고 있는 사례를 들으며 낭패감을 느끼는 듯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2021년 6130억달러에 그쳤던 글로벌 원격의료 시장은 2028년엔 3조4240억달러로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일본 캐나다 등이 모두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허용한다. 한국은 합계출산율 꼴찌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는 나라다.
간담회가 끝나고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환자 다섯 명 중 네 명이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놨다는 설문 조사도 있다”며 “서비스 확장이 제한돼 장기적인 기술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투자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올해 안에 법제화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언이 허언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