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은 총재의 '추경' 발언은 정치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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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도부 '경제상황 점검 및 현안논의' 위해 한은 방문
경제보단 현안에 방점…"이 총재 정치 발언 속내 궁금"
금리인하 촉구는 의견이고 추경 필요성은 정치적인가

  • 등록 2025-01-22 오후 7:57:42

    수정 2025-01-22 오후 7:57:42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은행을 찾는 국회의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공적인 기관이기는 하나 정부 기관도 아니고, 국정감사 기간도 아니건만 비상계엄 이후 어느 때보다 바쁠 의원들의 한은행(行)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잦다.

(사진= 한국은행)

취지는 대개 대동소이하다. 지난달 10일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 야권 3당 의원들은 국내 금융시장 상황과 거시경제 동향을 점검하기 위해 한은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달 19일에는 국회의장로서는 최초로 우원식 의장이 한은을 방문했다. 우 의장은 당시 환율 급등과 금융·외환 시장 변동성 확대와 한은측 시장 안정화 조치 상황 등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2일에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가 금리·환율 등 경제상황 점검 및 현안 논의를 위해 한은을 방문했다.

국내외 경제 현안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듣고 싶어 직접 한은을 찾았다는 이야기는 일견 반갑다. 국회에서 관계자들을 여의도로 불러들이지 않고 바쁜 시간을 쪼개 직접 한은을 방문한다는 것은 경제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을 보여주는 행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의 방문은 권 원내대표와 박수민 원내대변인이 인정했듯이 이창용 총재의 정치적인 의도를 확인하고 추경 등 최근 발언에 속내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

권 원내대표는 이 총재 등과의 비공식 면담이 시작되기 전에 한은 방문의 목적에 대해 “(이 총재가)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고 계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그 속사정이 뭐고 그런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이 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면담 이후 “추경에 대한 한은 총재의 언급의 배경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오늘 회의의 기본 내용”이라고 했다. 경제상황보다는 현안 논의가 주된 목적이었다는 뜻이다.

조속한 추경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 총재의 발언이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를 검증하는 것도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기획재정위원장이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 총재의 재정 확대 필요성 발언이 “중립성과 독립성을 상실하고 월권적 재정 확대 요구”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 “그래서 오늘 저희가 온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비상계엄 사태가 터진 이후 공식 석상을 통해 급격하게 얼어붙은 경제 심리와 내수 부양을 위한 일시적이고 타깃된 재정 집행의 필요성을 피력해 왔다. 여당에서 반대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 국민 25만원 지급과 같은 ‘현금 살포식’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에서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당시 한은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 이 총재는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결정하겠고 했다. 재정 집행이 상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정돼 있고, 내수가 꺾이는 현 상황에서 국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이 추경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치적 발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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