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하나시티즌 주민규(오른쪽)가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강원FC와 K리그1 10라운드 홈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결국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 경기력이 아무리 좋아도 승점을 얻지 못한다면 만족스러운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다. ‘꾸역승’이라도 최대한 많이 챙겨야 마지막에 웃을 수 있다. 그리고 대개 그 차이를 가르는 것은 킬러다. 그래서 대전하나시티즌의 행보는 인상적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전하나는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10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28분 ‘토종 킬러’ 주민규의 헤더 결승골에 힘입어 짜릿한 1-0 승리를 챙겼다. 답답함 속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
최근 3경기 연속무패(2승1무)와 함께 7승2무2패, 승점 23을 쌓아올린 대전하나는 전북 현대(승점 18), 김천 상무, 울산 HD(이상 승점 17) 등 2위권과의 격차를 다시 벌리면서 선두를 지켜냈다. 전북과 김천이 1경기씩 덜 치른 상황임을 감안해도 당장 1위를 유지하는 데 전혀 영향이 없다.
냉정히 보면 내용은 좋지 않았다. 둔탁한 흐름이 후반전 초반까지 이어졌다. 특히 전반전은 강원의 팀 에너지와 속도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슛은 2회, 유효슛은 왼쪽 날개 켈빈이 전반 8분 시도한 것이 전부였다. 주민규는 신민하, 강투지 등 강원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며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대전하나는 기회를 기다렸고 후반전에 결실을 맺었다. 후반 9분 강원의 측면 날개 김경민의 다이렉트 퇴장에 경기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수적 우위를 점한 대전하나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슈퍼킬러가 날아올랐다.
후반 15분 윤도영, 김준범을 빼고 김인균과 김현욱을 투입해 공격의 고삐를 더욱 쥐었고, 후반 29분 세트피스 찬스(코너킥)를 놓치지 않았다. 이날 주민규는 자신의 유일한 유효슛을 시즌 8호골로 연결해 ‘원샷원킬’의 진수를 선보였다. 시즌 8호골(1도움)이자 K리그1 100호골이라 더욱 짜릿했다.주민규는 “기록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저 팀 우승에 모든 걸 걸고 뛸 뿐”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경기 전, 주민규의 철저한 봉쇄를 주문했으나 끝내 바람이 이뤄지지 않아 2연승이 끊긴 정경호 강원 감독은 “역시 골잡이는 골잡이다. 득점하기 쉽지 않은 지역에서 골을 터트렸다. 세트피스 실점 한 방에 결과가 바뀌었다”며 씁쓸해했다.
대전하나의 수확은 또 있다. 이번 시즌 2번째 홈 승리다. 3월 2일 수원FC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정말 오랜만에 안방에서 웃었다. 대전하나는 앞선 10경기 동안 홈에선 1승1무2패로 유독 저조했는데 강원전 승리로 어느 정도 만회했다. 공교롭게도 수원FC전에서도 결승골을 뽑은 이가 주민규였기에 의미는 배가 됐다.
황 감독은 “예상대로 어려운 경기였는데, 실점하지 않는 단단함이 생겼다. 홈 승리를 그동안 많이 못해 심적으로 쫓겼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요즘 수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면서 “주민규가 결정적 득점을 했다.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잘 유지했으면 한다. 집중 견제를 뚫고 골을 넣는 건 어렵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대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