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이민호·공효진도 못 살렸다…800억 쏟아붓고 '눈물' [김소연의 엔터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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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민호, 공효진이 12월 18일 오후 서울 신도림 더세인트에서 열린 tvN 새 토일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우 이민호, 공효진이 12월 18일 오후 서울 신도림 더세인트에서 열린 tvN 새 토일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극본 서숙향, 연출 박신우)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5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드라마를 3년 만에 공개했지만, 시청률은 바닥이다. 제작비 300억원의 영화는 "해외 판매가 됐다"며 손익분기점을 정정했지만, 여전히 150만명이 부족하다. 여기에 '19금'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던 티빙까지 논란에 휩싸였다. 이래저래 안 풀리는 CJ ENM의 사정이다.

2024년 4분기 매출 공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CJ ENM 목표가를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올해엔 전 사업 부문 정상화가 예상된다"면서도 실적 추정치를 반영한 목표주가는 낮춘 것.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 ENM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7조3705억원으로 전년 동기 실적 6조6060억원 대비 11.57%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최근에는 기대작이었던 이민호, 공효진 주연의 tvN 주말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영화 '하얼빈' 등의 기대작의 성적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콘텐츠 명가'라는 입지까지 휘청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반응도 나오고 있다.

CJ ENM은 17일 5만4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0.55% 상승한 수치지만 지난해 11월 26일 6만7900원 최고가를 기록한 것을 고려하면 1만원 넘게 하락한 수치다. 지난 1년 동안 최고가 9만4900원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장 중 5만1400원을 기록해 1년 내 최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CJ ENM의 주가가 바닥을 치는 배경에는 핵심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작들이 오히려 혹평받으면서 악재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로맨스를 담았다. 배우 이민호와 공효진이 주연을 맡았고, '파스타', '질투의 화신' 등을 흥행시킨 서숙향 작가 각본을 집필했다.

제작에만 500억원,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후 공개까지 3년이 걸린 이 작품은 빈약한 서사와 시대착오적인 대사, 여기에 난데없는 베드신까지 논란이 되면서 1회 3.3%였던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이하 동일기준)은 3회부터 2%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tvN 흥행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10%를 돌파했던 점, 통상 tvN 주력 드라마가 주말에 편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부진한 성적이라는 반응이다.

더욱이 비슷한 시간대에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이 남미 지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JTBC 주말드라마 '옥씨부인전'이 시청률 1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별들에게 물어봐'의 성적은 "참혹하다"는 반응도 있다.

배우 박훈, 조우진, 현빈, 전여빈, 유재명, 이동욱이 12월 18일 오후 서울 한강로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언론 시사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배우 박훈, 조우진, 현빈, 전여빈, 유재명, 이동욱이 12월 18일 오후 서울 한강로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언론 시사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현빈이 주연으로 출연한 '하얼빈'의 손익분기점 변경에도 말이 나오고 있다. '하얼빈'은 지난달 24일 연말을 겨냥해 개봉했다. 당초 '하얼빈'은 3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추산돼 손익분기점은 650만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외 판매 및 부가 판권 계약이 성사됐다며 손익분기점을 580만명대로 낮췄다. 그런데도 누적 관객 수는 430만명 정도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지 위태롭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CJ ENM은 최근 몇 년간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영화 사업을 접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9월 황금연휴에 홀로 개봉한 '베테랑2'가 750만명을 동원했지만, '아마존 활명수'의 작품은 고배를 마셨다. '서울의 봄', '파묘' 등의 경쟁사 작품이 1000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수치다.

또 다른 수익 개선 모멘텀으로 기대감을 모았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역시 동력을 잃었다. 최근 SBS가 넷플릭스와 신작 예능·교양 부문의 신규 방영 콘텐츠 공급, 계약 이전 방영 콘텐츠인 구작 라이브러리의 국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티빙에 SBS 작품이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당 계약은 올해 초부터 6년간 이어진다.

티빙과 웨이브의 통합 플랫폼 탄생은 한국의 모든 채널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얻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SBS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향후 티빙·웨이브 통합 플랫폼에서 선보일 콘텐츠에 기대감보다 우려가 확산하게 됐다.

김규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통합 플랫폼의 가장 핵심적인 의의는 통합 후 티빙이 한국의 모든 채널에 대한 커버리지를 가지는 것인데 최근 SBS의 넷플릭스 콘텐츠 공급 계약 체결로 시장의 우려가 존재한다"며 "넷플릭스에 공급되는 것은 통합 플랫폼의 의의를 해치지 않으나 그로 인해 티빙에 작품이 공급되지 않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평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SBS와 넷플릭스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인해 오래 끌어왔던 티빙·웨이브 합병 이슈에 따른 모멘텀이 단기적으로 제한된 상황"이라며 "티빙이 네이버와의 제휴도 종료하면서 일부 가입자 이탈까지 확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CJ ENM이 바닥을 쳤다"면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긍정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메리츠증권 정지수 연구원은 "네이버 멤버십 종료에도 연말 티빙 유료 가입자가 소폭 증가했고, 영화·드라마는 피프스시즌의 작품 제작 정상화로 162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또 "음악은 기존 아티스트 활동 외에 '보이즈II플래닛K'와 '보이즈II플래닛C'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중국 신인 그룹이 각각 데뷔하며 보유 지적재산(IP)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티빙 가입자가 지난해 10월 프로야구 폐막 후 급감하고, 오는 3월 네이버 제휴 종료로 추가 감소 우려가 확대되고 있지만, 프로야구가 개막하고, 기존 네이버 제휴 가입자 중 반수 이상이 직접 가입자로 전환한다면 수익 개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업계에서는 근본적으로 CJ ENM의 콘텐츠 생산 경쟁력에 우려를 보인다. 최근 몇 년 전까지 시청률과 함께 트렌드를 선도했던 CJ ENM이 최근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구조조정 등 뒤숭숭한 분위기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떠났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CJ ENM은 2023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연말에도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던 구창근 전임 대표가 물러난 후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담당했던 윤상현 대표가 겸직으로 부임했지만, 영화사업부 구조조정설이 불거졌다. 다만 CJ ENM 측은 이에 대해 '인력효율화'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흥행 여부부터 따지다 보니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고만고만하고 눈에 띄지 않는 것들만 나오는 이유"라고 한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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