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살 깎아가며 배당금 받는다.’ ‘상승장 땐 수익률이 저조하다.’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 투자자는 이렇게 우려한다.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한 상품이 등장하는 등 시장의 관심이 커졌지만, 커버드콜 ETF 매수를 꺼리는 투자자는 여전히 많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경쟁적으로 상품을 쏟아내 상품별 차이점을 구분하는 것도 까다로워졌다. 하지만 커버드콜 ETF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면 배당뿐 아니라 안정적인 수익률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커버드콜의 약점을 보완한 ‘2세대’ 상품이 속속 등장해 전략적 선택지도 풍부해졌다는 평가다.
8배 커진 커버드콜 몸값
2024년은 커버드콜 ETF의 부흥기였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된 커버드콜 ETF 35개의 합산 순자산총액은 7조1339억원이다. 전년 동기 12개 상품, 순자산 8537억원에서 8배 증가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 주식형 ETF 순매수 순위 10위권에 ‘TIGER 미국나스닥100타겟데일리커버드콜’(7위·4393억원),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타겟커버드콜2호’(9위·3858억원) 등 2개 상품이 이름을 올렸다. ‘KODEX 미국나스닥100TR’(6위·5650억원), ‘ACE 미국S&P500’(8위·4264억원) 등 주요 지수 상품군과 엇비슷한 규모다. 작년 10월엔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처럼 순자산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커버드콜 ETF도 등장했다.
커버드콜 ETF는 진화를 거듭하며 투자자의 눈길을 끌었다. 초창기 커버드콜 ETF 자산군은 코스피200 등 국내 지수 기반이었다. 전략도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을 사고 동시에 그 자산을 특정 가격에 살 권리(콜옵션)를 판다는 ‘기본’에 충실했다. 특정 기업의 1주를 1만원에 사고, 이 주식을 한 달 뒤 1만원에 살 권리(콜옵션)를 1000원이라고 가정해보자. 만약 한 달이 지나 주가가 2만원이 되어도 콜옵션 매도를 통한 1000원만 이득을 본다. 반대로 주가가 5000원으로 떨어지면 콜옵션 매도액 1000원을 제한 4000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주가 하락 시엔 일부 손해를 방어할 수 있고, 안정적인 분배금(1000원·옵션 프리미엄)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승에 따른 이익은 제한된다는 한계도 있다.
2세대로 분류되는 커버드콜 ETF는 여기서 월 단위보다 짧은 초단기 옵션을 활용하거나, 기초자산의 100%를 매도했던 옵션 비중을 조정하는 전략을 쓴다. 목표 분배율을 높게 세워 이를 달성해내고, 기초자산의 상승 수혜도 더 누리기 위해서다. 자산군도 대부분 미국 자산이다. 대표적으로 ‘TIGER 미국테크TOP10타겟커버드콜’ 같은 상품이 옵션 매도 비중을 기계적으로 변경하며 연 10% 분배금을 주려는 전략을 취한다. 이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43.5%로 전체 커버드콜 ETF 중 가장 높았다. 작년 10월 상장한 ‘RISE 미국AI밸류체인 데일리고정커버드콜’은 콜옵션 매도 비중을 10%로 낮게 고정했다. 옵션 프리미엄은 적지만 상장 이후 수익률은 15.69%를 기록했다.‘SOL 미국500타겟커버드콜액티브’처럼 옵션 매도 비중을 사람이 직접 조정하는 신상품도 등장했다.
높은 분배율 ‘함정’ 주의
분배금을 두둑이 주고, 주가 상승효과도 노릴 수 있다면 단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커버드콜 ETF도 취약점은 있다. 목표로 하는 분배율이 지나치게 높다면 장기 투자 시 기초자산이 하락하지 않더라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최근 운용사 간 경쟁이 확대되며 목표 분배금이 연 10%를 훌쩍 넘어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현재 이 같은 분배금 관련 수치는 금융감독원의 제재에 따라 상품명에서 빠져 간과하기 쉽다. 가장 보편화한 기초자산인 미 S&P500 토털리턴(TR) 지수를 기반으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분배금 추이를 시뮬레이션하면 결과가 극명히 드러난다. 연 10%, 15%, 20% 등 세 가지 목표 분배율을 정하고 2010년 1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15년 뒤 ETF의 원금은 각각 1만5334원, 7186원, 3357원(2024년 12월 31일 기준)이 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비록 옵션 전략을 포함하지 않은 가정이지만, 너무 높은 분배율을 설정하면 옵션 매도를 감안해도 원금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일본에서 이런 내용이 문제시돼 분배금 출처를 세밀히 밝히는 규제가 도입된 사례도 있다.
커버드콜 ETF 대부분이 미국 국채나 지수, 배당·성장주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만큼 세금 문제도 간과하면 안 된다. 이 같은 커버드콜 ETF는 국내 시장에 상장돼 있지만 분배금의 배당소득세(15.4%)를 물게 된다. 기초 자산이 국내라면 비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분배금에 국내 주식 배당금 등 과세 대상 재원을 활용했을 경우 일부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는 과세 표준액 형태로 운용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