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 ‘르망 24시’ 하이퍼카 클래스에 출전해 한국 브랜드 최초로 완주에 성공했다. ‘세계 내구 선수권 대회’(WEC) 참가를 공식 선언한 후 557일 만에 거둔 성과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은 지난달 프랑스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에서 14㎞ 트랙을 372바퀴(약 5069㎞) 주행해 최종 1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서울과 부산을 여섯 번 왕복하는 거리를 부품 고장 없이 달렸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하이퍼카 ‘GMR-001’ 19번 차량이 트랙을 달렸다. 새벽 시간 한때 순위를 4위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제네시스 팀이 WEC 하이퍼카 클래스 출전을 선언한 것은 2024년 12월 4일이다. 내구 레이싱 전담 부서조차 없던 제네시스는 499일 만인 올해 4월 이탈리아 이몰라 6시간 레이스에 데뷔해 출전 차량 두 대 모두 완주시켰다. 그로부터 58일 뒤 르망 완주까지 달성하며 레이스 운영 역량을 보여준 것이다.
프로젝트의 출발점은 루크 동커볼케 최고디자인책임자(CDO·사장) 겸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의 제안이었다. 그는 “최고 경영층에 제네시스의 내구 레이스 참가를 제안한 지 얼마 안 돼 ‘해보자’는 답을 받았다”며 “이 속도감이 현대차그룹이 지닌 정신”이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제네시스 팀과 현대모터스포츠법인, 남양연구소가 ‘원팀’으로 역량을 모으는 데 집중했다.
핵심 과제는 엔진이었다. 자체 개발을 택한 현대차그룹은 1.6L 터보 직렬 4기통 엔진 두 개를 결합한 ‘G8MR 3.2L 터보 V8’ 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24년 6월 엔진 공동 개발에 착수한 지 8개월여 만이다. G8MR 3.2L 터보 V8 엔진은 최대 900마력을 낼 수 있다. 엔진 첫 시동 이후 5개월간 각종 테스트와 2만5000㎞에 달하는 신뢰성 검증을 거쳐 GMR-001 하이퍼카에 장착했다.
이 같은 성과의 밑바탕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모터스포츠 진출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정 회장은 2011년 11월 LA 오토쇼에서 “브랜드 위상을 높이기 위해 국내외 모터스포츠에 대한 투자 강화를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1년여 뒤인 2012년 12월 현대차그룹은 독일 알체나우에 모터스포츠법인을 설립했다. 현대차는 모터스포츠를 통해 획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5년 고성능 브랜드 ‘현대 N’을 출범시켰다.
현대차그룹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양산차 품질 개선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은 서킷에서 축적한 차량 데이터를 첨단차플랫폼(AVP)본부와 공유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정상원 기자 top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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