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해협 봉쇄" 발표… 상호보복에 종전 MOU 휴지조각
美 "이란, 해협서 상선에 총격"
미사일 기지 등 즉각 응징나서
이란, 중동 미군기지 보복 공격
트럼프 "암살 시도하면 몰살"
휴전 종료 공식화하며 압박
모즈타바 "미국에 복수 다짐"
종전 양해각서(MOU) 제5항에 대한 해석 차이가 촉발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둘러싼 양국 간의 간극으로 종전 MOU가 사실상 휴지 조각 취급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8일 교전 이후 며칠간 미국과 이란은 군사적 충돌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후 양국 최고지도자들은 '몰살' '복수'와 같은 단어를 동원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에 총격을 가하고, 해협을 "전면 봉쇄한다"고 선언하면서 다시 군사 대응과 맞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총격 직후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남부지역 레이더 기지 등에 대한 공습에 나섰고, 이란이 바레인·카타르 등의 미군기지를 향해 재보복을 단행하면서 호르무즈 주변 국가들마저 '보복의 악순환'에 끌려들어갔다.
11일(현지시간) 이란에 대한 공습을 단행한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주 3일간에 걸친 공습으로 300개 이상의 이란 표적을 타격했다고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밝혔다. 앞서 중부사령부는 IRGC의 공격으로 키프로스 선적 컨테이너선의 민간 선원 1명이 실종된 상태이며, 선내 화재가 발생하고 엔진실이 심각하게 손상돼 항해할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이전 상선 공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던 상황에서 다시 MOU 준수 기회를 얻었지만 이를 또 저버렸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공습은 최고사령관 지시에 따라 수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옛 국방부) 장관은 이란에 대한 공습과 관련해 X에 "이란이 형편없는 선택을 했다"며 "이제 그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적었다.
양측 발표 후 이란 곳곳에서는 폭발음과 화염이 목격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케슘섬을 비롯해 이란 남부 아살루예, 부셰르 지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이란 매체들을 인용해 전했다. 아살루예에는 이란 최대 정유시설이 자리 잡고 있고, 부셰르는 상업용 원전이 있는 곳이다. 로이터는 이란 국영 IRIB방송을 인용해 이란 남부 중앙의 항구도시 반다르 아바스에서 세 번의 폭발이 보고됐으며, 시리크에서는 폭발이 두 차례 있었다고 보도했다. IRIB에 따르면 이란 남동부 차바하르에서도 폭발이 있었다.
또다시 보복에 나선 IRGC는 이날 요르단 공군기지에 공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당국은 미사일·드론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바레인에서는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렸다고 미 방송 CNN이 전했다. 카타르 국방부는 미사일 공격의 요격 사실을 공개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자신에 대한 암살을 시도하면 이란 전역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이란 정부가 여러 차례 공언해온 위협대로 현직 미국 대통령, 즉 나를 암살하거나 암살을 시도할 경우 이미 이란을 겨냥해 장전된 1000기의 미사일이 발사될 것이며 수천 기가 즉시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령은 이미 내려졌으며 미군은 1년간, 필요하면 연장도 가능한 기간 동안 완전히 몰살(decimate)하고 이란 전 지역을 완전히 파괴할 준비와 의지,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또 다른 게시 글에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우리에게 '대화'를 계속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우리는 이에 동의했으나, 미국은 이란 측에 휴전이 종료됐다고 단호하게 밝혔다"고 밝힌 바 있다.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부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복수를 다짐했다. 모즈타바는 부친의 장례식 관련 서면 메시지에서 "우리는 흉악하고 수치스러운 살인자들로부터 당신과 이 두 차례의 전쟁에서 희생된 모든 순교자의 순결한 피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며 "이 복수는 우리 국민의 요구이며 반드시 실행돼야만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종료' 선언과 관련해서도 이란 측은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란 측 협상단을 이끌어온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이날 "전쟁 종식이 최우선 과제임은 분명하지만, 이 분쟁이 이란의 항복으로 끝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대화를 계속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관련해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과의 협상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다.
다만 양국 간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중재국들의 물밑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주 스위스에서 미국과 이란의 추가 협상이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사안을 잘 알고 있는 한 외교관은 중재국인 카타르 측 인사들이 이날 중 미국과의 조율을 거쳐 이란을 방문해 당국자들과 만난다고 전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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