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렸다. 다만 금리는 모든 경제주체에게 같은 폭으로 올랐지만 충격은 똑같이 번지지 않는다. 은행대출에 의존하는 가계와 중소기업은 이자 부담을 곧바로 느끼지만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대기업과 금융자산을 보유한 가계는 상대적으로 버틸 여지가 크다.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올해 6월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통화긴축의 강도가 고르지 않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서는 연준의 정책이 상당히 긴축적으로 작용하지만 금융시장을 보면 같은 말을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워시의 진단은 자산 불균형이 미국 경제 체질을 약화시킨다는 인식 때문이다. 연준이 공개한 5월 베이지북에는 소득에 따라 갈린 외식 경기 사례가 소개됐다.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은 중간소득층은 직원이 직접 테이블에서 주문받는 식당을 덜 찾고, 한 번 방문할 때 쓰는 돈도 줄였다고 전했다. 반면 고소득 고객이 주로 찾는 식당의 사정은 달랐다. 한 식당 주인은 “매장이 계속 만석을 기록해 점포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식값이 올라도 어떤 고객을 상대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이는 가계가 생활비 상승을 견디는 힘이 월급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과 집을 보유한 가계는 주가와 집값이 오르면 늘어난 재산으로 소비를 유지할 수 있다. 자산이 부족한 가계는 임금이나 사업소득이 늘지 않으면 지출을 줄여야 한다. 연준이 2013년 실시한 소비자금융조사에서 주식을 직접 또는 퇴직연금 등을 통해 보유한 가구는 전체의 48.8%였다. 소득 상위 10%에서는 보유율이 92.1%에 달했다. 주가를 올려 소비를 부양하면 혜택은 주식을 가진 가계부터 받는 셈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준은 이 자산효과를 경기 부양 수단으로 이용했다. 장기국채를 사들여 국채금리를 낮추고 투자자금을 회사채와 주식으로 유도했다. 주식 보유 가계가 소비를 늘리면 기업이 투자와 채용을 확대하고 임금도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제로금리로 내린 연준, 장기채까지 매입했다
연준은 2010년 11월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2011년 6월까지 장기국채 6000억달러를 추가로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매달 약 750억달러어치를 매입하는 2차 양적완화, 이른바 QE2였다.
당시 미국 실업률은 9.8%에 달했다. 물가상승률은 연준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수준을 밑돌았고, 기준금리는 이미 2008년 12월 제로금리로 내려 더 낮출 수 없었다.
결국 연준은 기준금리 대신 장기국채를 직접 사들였다. 국채를 사려는 수요가 늘면 채권값은 오르고 수익률은 내려간다. 국채 수익률이 낮아지면 투자자는 더 높은 수익을 찾아 회사채와 주식을 산다. 회사채 금리가 떨어지면 기업의 차입 부담이 줄고, 주가가 오르면 주식 보유 가계의 재산이 늘어난다.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은 발표 직후 이례적으로 워싱턴포스트에 기고문 ‘연준은 무엇을 했고, 왜 했나’을 발표하면서 이 과정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주가가 오르면 소비자의 재산과 자신감이 커져 지출이 늘고, 늘어난 소비가 기업의 매출과 이익, 가계소득을 다시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냉키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주택 구입과 대출 갈아타기가 늘고, 회사채 금리가 낮아지면 기업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봤다. 연준은 국채금리와 주가를 먼저 움직인 뒤 소비와 투자, 채용과 임금이 차례로 늘어나기를 기대했다.
국채 매입 전망만으로 주가는 올랐다
실제로 연준의 자산매입은 금융시장을 빠르게 움직였다. 조지프 개뇽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뉴욕연은의 매슈 래스킨·줄리 리매치·브라이언 색은 연준의 1차 자산매입 발표가 시장금리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이 연준의 매입 규모와 대상이 공개된 8차례 발표 전후의 금리 변동 폭을 합산한 결과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0.91%포인트 내렸다.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이 발행한 10년 만기 기관채 금리는 1.56%포인트, 주택담보증권(MBS) 금리는 1.13%포인트 하락했다. 연준이 직접 사들이지 않은 신용등급 Baa 회사채 금리도 0.67%포인트 떨어졌다.
QE2 때도 실제 국채 매입이 시작되기 전부터 금리는 내리고 주가는 올랐다. 당시 뉴욕 연은에 따르면 2010년 11월 2일 FOMC 회의에서 추가 매입 전망이 공표된 뒤 물가 상승분을 뺀 5년 만기 실질금리는 약 0.5%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회사채 발행은 늘었고 S&P500은 그해 8월 말 저점보다 13% 상승했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국채를 사겠다고 예고하는 것만으로 움직인 것이다.
그러나 낮아진 금리를 모든 기업이 똑같이 이용한 것은 아니었다.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대기업은 국채금리 하락이 회사채 금리로 번지자 시장에서 곧바로 자금을 조달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빡빡해진 신용 심사를 거쳐야 했다. 금융위기 뒤 은행이 대출 기준을 강화한 상황에서는 국채금리가 내려가도 중소기업의 대출금리가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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