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카슈미르 테러 이후
소규모 교전 이어오다 격돌
양국 사상자 최소 130명
70여년 앙숙, 전면전 우려
유엔 “양국 대립 감당못해”
트럼프 “충돌 빨리 끝나야”
70년 넘는 앙숙이자 ‘사실상 핵보유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는 등 6년만에 군사적으로 충돌하면서 지역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말 영유권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테러로 촉발된 이번 충돌의 전면 확대 가능성에 대해 전세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측은 이날 새벽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내 테러리스트들의 기반 시설 등 9곳을 공격하는 ‘신두르 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인도 국방부는 “우리 작전은 철저히 계산해 설정된 것으로 확전 성격은 없다”며 “파키스탄 정규군 시설에 대해서는 전혀 공격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미사일 목표 선정과 공격 방법에 있어 우린 이미 상당한 자제력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측은 “인도가 댐을 목표로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파키스탄군은 미사일 보복을 단행해 인도 전투기 5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인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미사일 교전후 사실상 국경선인 카슈미르지역 실질통제선(LoC) 곳곳에서 교전이 이어졌다.
파키스탄 당국은 인도의 공격으로 어린이 포함 민간인 26명이 사망하고 4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펀자브주에는 비상사태와 휴교령이 선포됐고, 파키스탄 영공은 48시간 폐쇄되면서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 등의 운영이 중단됐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한 뒤 “우린 인도가 자행한 이 전쟁 행위에 강력히 대응할 권리가 있고, 현재 강력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의 보복에 인도측에서도 카슈미르에서 민간인 포함 10명이 사망했고 4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날 충돌로 양측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최소 1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사회는 핵무기를 보유한 양국간 충돌이 확전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사회 승인 없이 핵무기를 보유한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스라엘 등과 함께 ‘비공인 핵보유국’ 또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불린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은 각각 172기,17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성명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이번 사태에 매우 우려하며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다며 “세계는 양국의 군사적 대립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태의 조기 종식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회견에서 “매우 유감”이라며 “이 일이 매우 빨리 끝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도, 파키스탄과 모두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도 입장을 내놨다.
중국 외교부는 “인도의 군사 행동에 유감을 표하고 현 사태 발전을 우려한다” 며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하길 호소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다수는 아직 양국간 충돌이 핵교전이나 대규모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핵보유국이라는 점이 오히려 서로에게 부담을 줘 일정 수준 이상 확전을 막는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양측 모두 극한 상황에 몰리지 않는 한 핵무기를 고려하지 않을 것” 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제한적인 갈등 조차도 격화될 위험성은 있다”면서도 “심각한 갈등이 핵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뿐만 아니라 파키스탄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대외 부채에 시달리다가 코로나19 사태와 2022년 대홍수 등으로 최악의 경제난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3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당장 총선 등 큰 선거가 없기 때문에 전면전으로 지지세력을 급하게 결집해야할 유인도 크지않다. 현재 인도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이에 따른 경제 충격 회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이번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할 유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면전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카슈미르 실질 통제선 일대에서 국지전이 이어지는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한 후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을 놓고 수차례 전쟁을 치렀다. 카슈미르 내 다수인 무슬림은 파키스탄으로 편입하기를 원했지만, 소수이자 힌두교도였던 지도층은 인도 편입을 결정하면서 종교가 다른 양국간 갈등이 시작됐다.
인도는 파키스탄이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으로 끊임없이 테러리스트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양국은 가장 최근인 지난달 22일 분쟁지인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휴양지 파할감 인근에서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총기 테러가 발생해 2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친 뒤 일촉즉발 긴장을 이어왔다.
인도는 파키스탄을 테러 배후로 지목하고 인도 내 파키스탄인 비자를 취소하고 파키스탄과 상품 수입·선박 입항·우편 교환을 금지하는 등 제재에 나섰다. 이에 파키스탄은 연관성을 부인하며 인도 항공기의 영공 진입 금지, 무역 중단과 인도인 비자 취소 등으로 맞섰다.
특히 인도는 전날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 지류 강물을 차단했고, 파키스탄은 전쟁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핵 공격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