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오는 7월부터 해외주식형 토탈리턴(TR) 상장지수펀드(ETF)의 운용에 제동이 걸리며 자산운용업계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TF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자산운용이 힘을 쏟아왔던 TR형 상품에서 투자자 이탈로 점유율 순위 변동 가능성이 생겨서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17일 오는 7월 1일 이후 TR형 해외ETF의 분배형 전환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7월부터 해외주식형 TR ETF에 대해 이자 및 배당수익 분배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TR ETF는 투자자가 보유하는 기간 동안 이자나 배당 수익이 나도 바로 분배하지 않고, 이를 모두 재투자한 뒤 다음에 팔 때 한꺼번에 보유 기간의 총수익 누계액을 분배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상품이다. 이자나 배당 수익에 세금을 내지 않고 재투자해 지수가 오르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TR ETF의 배당소득세가 유보되는 것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고, 이번 개정안에 따라 정부는 해외주식형 TR ETF에 대해 분배유보 범위를 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가장 난감하게 된 건 삼성자산운용이다. 현재 시장에 상장돼 있는 해외주식형 TR ETF 가운데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S&P500TR’로 3조 6209억원에 달한다. 이어 ‘KODEX 미국나스닥100TR’이 1조 8031억원 규모로 뒤를 잇는다. 이밖의 해외주식형 TR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TR(H)’(3574억원), ‘TGIER 미국나스닥100TR(H)’(2274억원),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배당다우존스TR’(357억원) 등으로, 규모가 수백~수천억원 수준에 그친다.
ETF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삼성자산운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해외주식형 ETF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며 점유율 격차를 좁혀오자 TR형 상품의 보수 인하로 대응에 나섰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KODEX 미국S&P500TR과 KODEX 미국나스닥100TR의 총보수를 기존 0.05%에서 0.0099%로 사실상 무보수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하하며 업계의 보수 인하 경쟁에 불을 붙였다. 삼성운용이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내리며 TR형 상품의 복리 효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면서 미국S&P500TR과 KODEX 미국나스닥100TR의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4월 말 1조 332억원, 7655억원 수준에서 1년도 되지 않는 사이 3.5배, 2.4배 늘어났다.
하지만 7월부터 TR형 상품이 배당금을 지급하는 프라이스리턴(PR)형 상품과 다름 없어지면 투자자 입장에선 TR형을 선택할 유인이 사라질 수밖에 없어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7일부터 48거래일 연속 KODEX 미국S&P500TR을 순매수해온 개인 투자자는 지난 17일 순매도로 전환해 하루에만 782억원 규모를 팔아 치웠다. 지난 16일 기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 격차는 2.86%포인트, 순자산 규모 차이는 5조 1408억원에 불과하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TR 방식의 장점은 복리 효과인 만큼 분배형으로 전환하더라도 이를 가장 유사하게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운영 방식을 변경하더라도 0.0099%의 총보수는 유지한단 계획이다.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