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개인외화계좌 1300만좌
2년여만에 600만개 늘며 인기
트래블카드 사용자 크게 늘고
서학개미·환테크족 증가 영향
해외여행과 미국 주식 투자가 일상화되며 외화계좌를 개설하는 국민이 빠르게 늘고 있다. 환전 수수료 면제 혜택을 앞세운 여행전용카드(트래블카드)가 확산한 데다 외화로 주식을 거래하는 서학개미와 환테크족까지 가세하면서 외화계좌가 생활금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개인 외화계좌 수는 올해 2분기 기준 1288만좌로 1300만좌에 육박한다. 2023년 말 700만좌에 불과했던 개인 외화계좌는 2024년 950만좌로 급증했고, 작년 1분기엔 1029만좌까지 늘며 1000만좌 시대를 열었다.
이후에도 2025년 2분기 1082만좌, 3분기 1139만좌, 4분기 1200만좌, 2026년 1분기 1247만좌 등 개인 외화계좌는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 일부 고액 자산가나 유학생의 전유물이던 외화계좌가 이제는 국민의 일상적인 생활금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은행권은 개인 외화계좌 개설이 급증한 가장 큰 이유로 해외여행객 증가에 따른 트래블카드 사용이 늘어난 점을 꼽는다. 트래블카드는 여러 나라 통화를 미리 충전해 해외 가맹점에서 결제하거나 현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 가능한 해외 결제 특화 카드다. 트래블카드에 외화계좌를 연동하면 언제 어디서나 수수료 없이 환전해 사용할 수 있다.
실제 해외여행을 떠나는 국민은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해외관광객은 올해 1분기 834만명으로 전년 동기(779만명) 대비 7.1% 늘었다. 지난해 연간 해외관광객도 2955만명에 달했다.
자연스레 국내 거주자의 카드 해외 사용액도 올해 1분기 61억400만달러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도 14% 늘어난 수치다. 해외여행과 현지 결제가 늘면서 외화를 환전하고 보관할 계좌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트래블카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하나금융의 '트래블로그' 가입자 수는 지난달 기준 1117만명으로, 2년 만에 약 600만명이 급증했다. 누적 환전액도 7조원을 돌파했다. 금융권은 해외 가맹점 할인, 계좌 연동이 가능한 통화 확대 등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서학개미를 필두로 한 미국 주식 투자 수요 확대도 외화계좌 대중화를 이끌었다. 미국 주식을 매수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하고 매도대금과 배당금도 달러로 지급되는 만큼 외화계좌를 활용할 유인이 커졌다는 얘기다. 미국 주식을 반복해서 사고파는 투자자는 달러를 외화계좌에 계속 보관하다가 투자금으로 꺼내 쓰는 경우도 많다.
달러당 원화값이 2022년 이후 장기 하락세를 보이자 환테크를 위해 외화계좌를 만드는 이들도 유입됐다. 개인 외화계좌가 급증세를 보이는 점과 반대로 잔액은 피크아웃(고점 통과) 모습을 보인다. 5대 은행의 개인 외화계좌 잔액은 올해 2분기 127억달러로, 작년 4분기 잔액보다 9% 줄었다.
최근 1500원대까지 급락한 달러당 원화값의 하락세가 과하다는 인식에 달러를 예치한 고객들이 차익을 실현한 데다 미국 주식 매수 및 여행·결제 등 외화 사용이 잔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트래블카드는 평시에 잔액을 많이 예치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 개인 외화계좌의 계좌당 평균 잔액도 올해 2분기 약 986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12.8%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좌 수는 빠르게 늘지만 계좌당 잔액이 줄어드는 흐름은 개인 외화계좌 증가가 고액 달러 투자자금이 집중돼서라기보다는 소액·생활형 수요 확산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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