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올해 첫 인수합병(M&A) 소식을 알린 곳은 화장품 제조업체인 마녀공장이다. 자연주의 기능성 화장품을 표방한 마녀공장은 해외에서 더 많이 번다. 올들어 3분기까지 국내에서는 436억원을 번 반면 해외에서는 5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일본에서 인기가 상당하다. ‘글로벌 마녀’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마녀공장을 국내 사모펀드가 시가총액에 48%의 프리미엄을 얹어서 사기로 했다.
올해 M&A 시장에선 ‘K뷰티’ 열풍을 업고 해외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화장품·미용기기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헬스케어와 환경인프라 업종도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반면 이커머스와 금융사 매물은 벌써 수년째 새 주인을 찾고 있지만 뚜렷한 원매자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15일 하나증권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완료된 M&A 360건 중 소프트웨어&기술 서비스 업종이 39건으로 부동산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헬스케어(31건), 산업 서비스(30건), K뷰티(15건) 등에서 거래가 다수 이뤄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올해 M&A 시장에서도 지난해와 비슷한 업종별 양극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달러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화장품, 미용의료기기, 바이오·헬스케어, 환경·인프라,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화장품 기업의 경우 지난해 중소형 딜에서 수천억원대 딜까지 다양한 거래가 이뤄진 만큼 올해는 조 단위 딜도 기대해볼 만 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화성코스매틱, 서린컴퍼니, 지디케이화장품 등이 매물로 나온 가운데 일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에 따른 수혜 업종의 M&A도 늘어날 전망이다. 바이오·헬스케어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전략은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M&A 거래가 재차 늘고 있는 소부장 기업도 수혜 업종 중 하나다. 진입 장벽이 높아 안정성이 돋보이는 환경·인프라 기업들도 올해 경영권 거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 둔화에 따른 대기업발 카브아웃(기업이 특정 사업부를 분할해 매각하는 것) 딜도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6조원의 몸값이 거론되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를 비롯해 SK그룹에서도 SK실트론,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이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중이다.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 매물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M&A 시장에서 섹터별 쏠림 현상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며 “고금리 시대에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사업부 정리에 나선 반면 현금 곳간이 풍부한 기업은 미래 먹거리 찾기에 동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는 해외 선호도가 높은 화장품과 미용의료기기,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이나 지난해 대규모 거래가 이어진 환경·인프라 기업을 주목할 만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