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 특별법, ‘민관협의회’ 설계에 성패 달렸다

13 hours ago 2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기고

  • 등록 2025-12-20 오전 6:00:00

    수정 2025-12-20 오전 6:00:00

국내 최대 규모(현재 기준) 100메가와트(㎿)급 제주 한림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지난 15일 준공했다.(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난 2월 해상풍력 사업의 복잡한 인허가 과정을 단축하고 계획입지를 실현하기 위한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3월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법의 세부사항을 규정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초안(하위법령안)을 발표했다.

해상풍력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인 이해관계자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위법령에서 이해관계자 참여와 의견 수렴 방법을 잘 규정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기구인 ‘민관협의회’의 구성과 운영, 갈등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주민 수용성 확보의 관건이다. 법의 취지를 살리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하위법령에 반영돼야 할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사전 조사에 기반한 효과적인 협의회 설계가 필요하다. 현재 하위법령안에서는 일정 기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 민관협의회 위원을 위촉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초기부터 신뢰를 얻으려면 구성 단계의 공정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하위법령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제3의 전문기관’을 지정해 이해관계자를 분석하는 절차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이 전문기관은 기본설계 단계에 객관적인 이해관계자 조사와 사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민관협의회 위촉 후보자 명부’를 작성해 관할 지자체에 제출하게 된다. 이어 지자체가 이 명부를 바탕으로 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특정 이해단체의 과다·과소 대표 문제를 방지하고 편향성 논란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둘째, 수용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대표성 있는 위원 구성이 핵심이다. 협의회의 대표성은 논의의 질을 결정한다. 하위법령안은 민간위원 50% 이상, 공익위원 2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선 공익위원이란 용어의 수정이 필요하다. 정부위원이야말로 공익을 대변해야 하며, 전문성을 기본 역량으로 하는 위원은 공익위원이라기보다 전문위원이란 명칭으로 불려야 할 것이다.

하위법령안에 제시된 기준(50% 이상)에 따라 주민과 어민 대표 민간위원을 지나치게 많이 임명하게 되면 공익적 관점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주민 수용성 확보와 함께 균형 잡힌 논의를 위해 ‘민간위원’ 비중을 50% 내외로 하고, 동시에 전문성과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위원’과 ‘전문위원’(갈등관리, 환경, 해상풍력 전문가 등)을 각각 25% 수준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하위법령안은 위원수를 15명 이상 25명 이내로 규정했는데, 해상풍력은 갈등이 첨예하고 이해관계가 복합적이기 때문에 폭넓은 참여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위원 수를 20명~25명으로 하고, 복수 지자체가 참여하는 경우는 25~30인으로 구성함으로써 대표성과 균형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투명하고 효율적인 회의 운영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신뢰는 투명한 정보 공개에서 시작된다. 하위법령안은 민관협의회 안건과 회의록, 기본설계안 공청회/설명회 의견, 협의의견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해 이를 잘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 위원이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 처리를 요청할 경우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회의록 익명 처리가 가능하도록 융통성을 둘 필요도 있다.

동시에 해상풍력 계획 지연을 방지하기 위한 효율적인 운영도 필수적이다. 기본설계안 통보 후 3개월 이내에 협의회를 구성하고, 협의 기간은 6개월로 하는 것이 논의의 장기화를 막고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하위법령안은 기본설계안 통보 후 1년 이내에 협의의견서를 제출하도록 했는데, 2030 국가감축목표 달성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이보다 빠르게 6개월 이내로 해 논의의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넷째, 체계적인 3단계 갈등 관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해상풍력발전의 등장은 해양이란 공간의 이용 방식이 달라지는 일이기에 갈등은 필연적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해결하는 명확한 절차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하위법령안은 협의회 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경우 발전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3단계의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 1단계로 민관협의회 내부 조정을 원칙으로 하되, 협의회에서 해결되지 않는 갈등은 2단계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갈등관리심의위원회에 회부해 조정안을 제시하도록 한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전기사업법 사례를 참고한 강력한 ‘재정(裁定)’ 기능을 신설해야 한다. 이 3단계 절차는 당사자 간 해결이 불가능한 분쟁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종결하고, 60일 내 불복 소송이 없으면 합의 효력을 부여해 갈등의 장기화를 막는 실효적 수단이 될 것이다.

해상풍력 특별법으로 ‘계획입지’라는 그릇을 마련했다. 이 그릇에 어떤 내용물을 채울지는 전적으로 하위법령에 달려있다. 정부는 객관적 절차, 균형 잡힌 대표성, 투명한 운영, 체계적 갈등 관리를 담보하는 하위법령을 마련해 해상풍력 보급과 지역 상생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길 기대한다. 이러한 발걸음은 해상풍력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 조성, 국토 균형발전, 에너지 안보까지 동시에 달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