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본질은 ‘장’… 나만의 감성 담긴 음식 세계에 선보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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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경제 人터뷰] 국내유일 미슐랭 3스타… ‘밍글스’ 강민구 오너셰프
4년간 전국 명인 찾아가며 장 연구… 디저트 ‘장 트리오’ 코스에 꼭 들어가
“장, 와인처럼 토양-풍토 영향 받아… 세월의 맛 녹아들게 하는 힘 있어”

밍글스 오너 셰프인 강민구 셰프는 자신의 요리 스승인 백양사 천진암의 정관 스님으로부터 “요리는 수행”이라는 말을 배웠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밍글스 오너 셰프인 강민구 셰프는 자신의 요리 스승인 백양사 천진암의 정관 스님으로부터 “요리는 수행”이라는 말을 배웠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지난달 10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식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밍글스’. 식당에 들어서자 햇살이 비치는 통창 너머 장독대에 항아리들이 줄지어 있었다. 밍글스 오너 셰프인 강민구 셰프(41)와 직원들이 직접 담근 이 장(醬)들이 밍글스를 현재 한국 유일의 별 3개 식당으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올해 3월 ‘미쉐린 가이드 서울&부산 2025’는 강 셰프의 밍글스에 별 3개를 부여했다. 그가 2014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건물 지하에 밍글스를 연 지 11년 만이다. 밍글스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시작된 2017년에 별 1개, 2019년 별 2개에 이어 셰프들의 최고 영예로 여겨지는 별 3개를 따냈다. 별 3개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히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란 의미다.

‘밍글스’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디저트 ‘장 트리오’. 밍글스 제공

‘밍글스’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디저트 ‘장 트리오’. 밍글스 제공
강 셰프는 “한식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장”이라며 “장은 소금, 콩, 물, 이 세 가지를 발효시켜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는 ‘시간의 예술’이고, 세월의 맛을 녹아들게 할 수 있는 힘”이라고 했다. 밍글스가 문을 연 후 단 한 차례도 코스에서 빠진 적 없는 메뉴는 된장, 간장, 고추장을 활용해 만든 디저트 ‘장 트리오’다. 프랑스 디저트 크렘브륄레에 된장을 조금 넣고, 캐러멜라이즈한 달콤한 피칸에는 간장을, 고추장 물에 삶아 튀겨낸 쌀 튀밥이 한 접시에 담겨 나간다.장에 천착한 그의 모험은 지난해 그가 영문으로 출간한 ‘장(Jang: The Soul of Korean Cooking)’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은 미국 뉴욕타임스 선정 ‘2024 최고의 쿡북’에 이름을 올렸다. 강 셰프는 4년여에 걸쳐 전국의 장 명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강 셰프는 “책을 준비하며 80여 개 간장을 깔아놓고 하나하나 맛봤는데, 모두 각기 다른 맛을 냈다”며 “장도 와인처럼 만들어지는 자연 환경, 즉 ‘테루아르’(토양, 풍토)가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고 음식을 할 때 신중하게 장을 고른다”고 말했다.

경기대 외식조리학과를 졸업한 강 세프는 스페인, 미국(노부 마이애미점 근무, 바하마점 총괄셰프) 식당에 취업해 파인 다이닝을 배우고 한국에 돌아와 밍글스를 차렸다. 밍글스는 잘 됐지만 그에게는 늘 갈증이 있었다. 당시 자신이 선보이는 음식이 양식에 한식이 조금 더해진 수준에 불과하다는 고민이었다. 그때 만난 스승이 정관 스님(백양사 천진암 주지·사찰 음식 대가)이다. 토요일 밤 전남 장성군의 백양사로 찾아갔다가 일요일 밤에 서울로 올라오는 일정을 1년 반 가까이 반복하면서 직접 담근 청과 발효 음식의 가치를 배웠다. 강 셰프는 “재료 하나를 고를 때도 낭비가 없어야 하고, 어떻게 이 재료가 식탁에 오르게 됐는지 생각하며 본연의 맛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그의 꿈은 전 세계에 자신만의 감성이 담긴 한식을 선보이는 것이다. 강 셰프는 홍콩에서는 전통 한식 반상 식당인 ‘한식구’를 2019년부터, 파리에서는 한식 닭요리 전문점인 ‘세토파’를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강 셰프는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식문화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부모님 세대가 만든 사회 환경, 요리하는 선배님들이 만든 환경 덕분에 젊은 셰프들이 한식을 재해석한 레스토랑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동아경제 人터뷰’ 강민구 셰프편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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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 기자 om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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