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혈당 패치 붙여봤더니…‘혈당 스파이크’ 부른 음식은?

4 days ago 6

연속혈당측정기를 팔에 부착한 모습(왼쪽). 혈당 모니터링 앱을 통해 실시간 혈당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500원짜리 동전 정도의 크기로 일상생활의 큰 불편함은 없었다. 오른쪽은 2주간 사용한 연속혈당측정기. 센서에 달린 5.5㎜ 길이의 필라멘트는 단단하지 않은 소재로, 부착할 때 통증이 느껴지진 않았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팔에 부착한 모습(왼쪽). 혈당 모니터링 앱을 통해 실시간 혈당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500원짜리 동전 정도의 크기로 일상생활의 큰 불편함은 없었다. 오른쪽은 2주간 사용한 연속혈당측정기. 센서에 달린 5.5㎜ 길이의 필라멘트는 단단하지 않은 소재로, 부착할 때 통증이 느껴지진 않았다.
‘삐비빅, 삐비빅’. 지난달 23일 저녁식사를 마치고 TV를 시청하던 중 휴대전화에서 알림음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재난문자 메시지보다 더 요란한 소리를 내는 이 알림, 바로 ‘혈당 급상승’ 경고 알림이다.

혈당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앱) ‘프리스타일 리브레’를 켜자 식전에 100㎎/dL 초반이던 혈당이 롤러코스터가 최고점을 향해 가듯 가파르게 올라 191㎎/dL까지 올랐다. 봉지라면보다 몸에 덜 부담스러울 것 같은 컵라면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가혹했다. ‘밥 한술’을 굳이 말아먹은 것이 혈당을 더 높인 건 아닌가 자책감이 들었다.

최근 각종 저당 식품들이 쏟아지는 등 혈당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가운데 30대 여성인 기자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3일까지 2주간 몸에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직접 구매해 부착하고 음식별 혈당 변화 추이를 실험해봤다. 기자는 당뇨병과 같은 지병은 없다. 하지만 평소 탄수화물 음식을 즐겨 먹으며 때때로 과식하는 식습관을 가졌다.

음식을 섭취한 후 혈당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혈당치는 일상생활 중 70~140㎎/dL 사이에서 완만하게 조절된다. 공복 혈당은 70~100㎎/dL, 식후 2시간 혈당은 140㎎/dL 이하가 정상이다.

문제는 식후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갔다 내려가는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가 일어나는 것이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기 때문이다. 혈당 급상승이 반복되면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이 지치고, 체내 세포가 인슐린에 둔감해져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결과가 발생해 2형 당뇨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음식을 먹고난 뒤 혈당 상승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라면과 김밥, 냉면 등은 다른 음식에 비해 혈당이 크게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음식을 먹고난 뒤 혈당 상승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라면과 김밥, 냉면 등은 다른 음식에 비해 혈당이 크게 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외식 중에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가 스쿼트한 이유는


CGM은 팔에 센서를 부착해 채혈 없이도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다. 측정된 혈당은 블루투스 등으로 연결된 앱에 실시간(1~5분)으로 전송된다. 주로 당뇨 환자가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건강 관리나 다이어트 등을 위해 비당뇨인의 사용도 늘고 있다. 부착 전에 가장 걱정된 것은 혈당 추이보다는 바늘이었다. 센서에 달린 5.5㎜ 길이의 필라멘트를 팔뚝에 눌러 부착시켜야 했다. 다행히 긴장했던 게 머쓱할 만큼 아무런 느낌이 나지 않았다. 당뇨를 관리하기 위해 CGM을 이용하는 이들은 “매번 손가락을 찌르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고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불편함은 없었다. 센서는 500원짜리 동전 정도의 크기로 방수 기능이 있어 부착한 채 샤워가 가능했다. 최대 2주간 사용할 수 있고 가격은 9만 원대. 바늘보다 가격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많다.

식습관은 평소대로 유지했다. 자주 섭취하는 음식 중 혈당을 급상승시키는 음식은 무엇인지, 공복 혈당은 정상 수치 내에서 잘 유지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헉’ 소리가 날 만한 혈당 급상승은 14일 동안 총 4차례 일어났다. 센서 부착 나흘 만에 마주한 첫 혈당 급상승 음식은 컵라면에 흰쌀 즉석밥 반공기 분량(약 100g)이었다.

14일간 실시간으로 혈당 추이를 지켜본 결과 흰쌀밥과 라면, 랩샐러드(샌드위치), 파인애플 등을 섭취한 후 혈당이 비교적 크게 올랐다.

14일간 실시간으로 혈당 추이를 지켜본 결과 흰쌀밥과 라면, 랩샐러드(샌드위치), 파인애플 등을 섭취한 후 혈당이 비교적 크게 올랐다.

그로부터 사흘 뒤, 패밀리 레스토랑 음식을 먹고 혈당이 또다시 크게 올랐다. 주문한 음식은 스테이크와 크림파스타, 코코넛 쉬림프였는데 메인 메뉴보다는 식전 빵과 과일에이드, 사이드 메뉴인 구운 통고구마 등이 혈당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경고음은 마치 의사의 호통처럼 느껴졌다. 혈당이 190㎎/dL까지 오른 걸 확인한 뒤 화장실로 달려가 스쿼트를 시작했다. 당뇨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혈당을 낮추는 방법으로 스쿼트를 추천했다. 실제로 45분마다 스쿼트를 10회만 해도 혈당 상승폭이 21%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각지 못한 음식에서 혈당이 튀기도 했다. 바로 냉면이다. 물냉면을 먹기 전에는 94㎎/dL이던 혈당이 식후 1시간 만에 194㎎/dL까지 치솟았다. 식후 2시간이 지나자 혈당은 정상범위인 126㎎/dL으로 내려왔다. 혈당 조절을 위해 췌장이 ‘열일’한 결과다.

밥양이 많은 김밥도 혈당을 가파르게 상승시켰다. 101㎎/dL이던 혈당은 식후 30분 만에 141㎎/dL까지 올랐고, 1시간 만에 198㎎/dL을 찍었다. 단시간에 116㎎/dL까지 급락했으나 소폭 오르더니 식후 2시간이 지났음에도 정상 범위보다 살짝 높은 140㎎/dL대를 30분가량 유지했다. 김밥의 주재료인 흰 쌀은 혈당지수(GI)가 높은 음식 중 하나다. GI는 음식을 섭취한 뒤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를 0~100으로 나타낸 수치다.

샌드위치와 바나나·파인애플 등 소량의 과일도 혈당을 40㎎/dL 안팎으로 상승시켰다.

피자와 치즈돈가스, 마라샹궈, 저당도넛, 익힌 야채와 고기, 크림파스타, 치킨 등을 섭취한 후에는 혈당이 크게 오르진 않았다. 혈당 오름폭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피자와 치즈돈가스, 마라샹궈, 저당도넛, 익힌 야채와 고기, 크림파스타, 치킨 등을 섭취한 후에는 혈당이 크게 오르진 않았다. 혈당 오름폭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반면 저당 도넛과 제로 음료는 혈당을 크게 오르게 하진 않았다. 피자를 먹어도 혈당이 크게 솟구치지 않았다. 햄버거와 치킨, 야채 위주의 마라샹궈, 튀김 등을 섭취한 후에도 혈당 스파이크는 없었다.

하지만 혈당 급상승이 없다고 건강에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혈당만 고려해 고열량 식품을 자주 섭취할 경우 되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서 혈관 건강이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루는 삶은 달걀을 먼저 먹은 뒤 탄수화물을 섭취한 적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평소보다 혈당이 더디게 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임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단순당만 섭취하면 혈당이 피크로 올라가는 데 단백질·지방 등을 함께 먹으면 단백질과 지방도 흡수돼야 하니까 서로 견제되면서 당이 천천히 흡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드위치나 파인애플 등을 섭취한 뒤에는 혈당 오름폭이 컸던 반면 햄버거와 마라샹궈, 피자 등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의외로 적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혈당만 고려해 고열량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샌드위치나 파인애플 등을 섭취한 뒤에는 혈당 오름폭이 컸던 반면 햄버거와 마라샹궈, 피자 등은 혈당에 미치는 영향이 의외로 적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혈당만 고려해 고열량 식품을 자주 섭취하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0년 사이 늘어난 젊은 당뇨…최선의 예방법은


중장년층의 대표 질환으로 여겨졌던 당뇨병은 국내 20~30대 젊은 성인 사이에서 증가하는 추세다.

1일 대한당뇨병학회 학술지에 실린 ‘한국 2형 당뇨병 젊은 성인의 유병률, 발생률 및 대사 특성’ 논문에 따르면 국내 19∼39세 2형 당뇨병 유병률은 2010년 1.02%에서 2020년 2.02%로 상승했다. 최근 10년 사이 젊은 당뇨병 환자가 2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2020년 기준 2형 당뇨를 앓는 젊은 성인의 수는 약 37만 명이다.

이에 당뇨에 관심을 갖고 관리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당뇨병 전 단계인 30대 A 씨는 “당장 몸에 나타나는 변화가 없으니 관리를 소홀히 했는데 CGM을 사용한 뒤에는 실시간으로 수치가 보이니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 관리용으로 CGM을 써봤다는 20대 B 씨는 “식후 혈당 수치가 오르면 눕거나 앉아있지 않고 움직이려고 노력했다”며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혈당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혈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설정해놓은 고혈당 수치보다 높게 나올 경우 알림음이 울린다. 저혈당도 마찬가지다.

혈당 모니터링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혈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설정해놓은 고혈당 수치보다 높게 나올 경우 알림음이 울린다. 저혈당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는 CGM 사용이 좋은 방향으로 행동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 없이 비당뇨인이 잘못된 해석을 하는 것에는 경계를 표했다. 실제 CGM 사용 후기 중에는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는 것을 수치로 보니까 먹는 게 두려워졌다” “탄수화물을 끊어야 하는 것이냐” 등의 극단적 반응도 있었다.

임 교수는 “단백질과 지방만 먹고 혈당을 낮게 유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땐 좋지 않다”며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혈당이 (크게) 오를 만한 음식을 먹었으면 15~30분 후에 운동을 해서 혈당을 내려주는 것이 좋다”고 했다. 결국 혈당 조절은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