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이은 글로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3위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이 ‘HBM 큰손’ 엔비디아 대상 차세대 제품인 HBM4 납품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엔비디아의 요구사항에 맞게 HBM4 재설계에 들어간 만큼 경쟁사보다 1년 가량 늦은 2027년에야 납품을 시작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마이크론의 HBM4 개발이 늦어지면서 HBM 제조에 필요한 ‘열압착(TC) 본더’(D램 접합 장비)를 납품하는 한미반도체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매출에서 마이크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데다 삼성전자를 신규 고객사로 뚫을 가능성도 거의 없어서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한화세미텍에 일감을 주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한미반도체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다시 확산하는 마이크론 HBM4 재설계 가능성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홍콩 GF증권은 지난 3일 분석 보고서를 통해 “마이크론이 엔비디아가 제시한 데이터 처리 속도인 ‘초당 10기가비트(Gb)’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율 문제도 있기 때문에 HBM4 대량 출하 시점은 2027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이 지난 9월 열린 실적설명회에서 시장의 우려를 일축했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4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춰놓은 상태다.
엔비디아가 지난달 31일 보도자료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HBM4 공급망의 핵심 협력사’라고 공식화한 것도 마이크론에는 악재다. 삼성전자의 HBM4 납품 비중이 높아지면 SK하이닉스보다는 마이크론의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현재 주력인 HBM3E에서 엔비디아의 제1 공급사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같은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미반도체에 불똥...글로벌 IB '매도' 권고
마이크론의 HBM4 부진 여파의 불똥은 TC 본더 생산업체 한미반도체로 튀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올 들어 SK하이닉스 대신 마이크론 매출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올 상반기 매출(3274억원)의 82%(2699억원) 가량이 해외 수출에서 나왔다. 작년만 해도 국내 매출 비중(58.7%)이 해외(41.3%)보다 컸지만, 마이크론 수출이 늘어나면서 1년만에 역전됐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론 등 고객사의 HBM4 장비 주문이 지연되자 올 3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678억2200만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1106억원을 38.7% 밑돌았다.
                            
                        
그러자 글로벌 IB들이 앞다퉈 한미반도체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UBS는 3일 “TC 본더 전망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하다”며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sell)’로 내렸다. 맥쿼리도 이날 “현재 주가엔 (삼성전자 납품이란) 장밋빛 전망이 이미 반영돼있다”며 목표주가를 ‘매도(underperform)’로 하향조정했다. JP모간은 내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5331원에서 4488원으로 15.8% 낮춰잡았다
삼성전자 납품 성사 가능성 낮아
한미반도체는 고객사 다변화를 위해 삼성전자에 TC 본더를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말 대비 현재 주가가 45.7% 오른 것도 납품 성사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대전'에서 나가 부스 투어를 하는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사장)를 직접 맞이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하지만 반도체업계에선 납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가 기존 TC 본더 공급망에 속해 있는 세메스 등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한미반도체 TC 본더를 주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기존 TC 본더 구매 정책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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