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개한 ‘동궁’은 넷플릭스에게 여러모로 중요한 작품이다. ‘킹덤’ 이후 한국 사극의 아성을 보여준 이렇다할 후속작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적 정취를 부각하려는 세트와 의상, 음악은 글로벌 팬들에겐 신선하게 여겨질 장치다. 구전 설화에서 착안해 만든 ‘꺼먹살이’ 또한 새로운 K 마스코트를 겨냥한 듯한 크리처다.
다만 K-오컬트 사극을 대표하기에는 연상되는 작품이 많다. 일단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콘스탄틴’. 구천은 천국과 지옥의 경계를 넘나들며 악마와 싸우는, 그러나 사명감 따위는 없는 퇴마사 콘스탄틴과 닮아있다. 일각에서는 현실과 뒤집힌 세계가 교차한다는 ‘기묘한 이야기’의 세계관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동궁’만의 캐릭터, 서사, 특장점을 잘 이식했다면 불거지지 않았을 논란이다.
작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호평 받는 분위기다. ‘동궁’은 2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 TV쇼 부문 글로벌 4위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주연배우 남주혁(32)은 “외국 시청자들이 항상 봐왔던 멋진 궁의 모습이 ‘귀의 세계’로 뒤집어졌을 때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실제로 구천이 넘나드는 원귀들의 공간, ‘귀의 세계’는 붉은 기운이 낭자한 공간으로 강렬한 시각적 자극을 준다. 이를 위해 최정규 감독은 같은 장소이지만 계절을 달리해 찍거나, 같은 공간의 세트장을 두 개씩 짓는 등 비슷하면서도 다른 귀의 세계를 표현하려 했다.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조선 궁중 암투, 왕위 계승, 귀매 등 한국적 요소 또한 새롭게 여겨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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