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파견온 이스라엘 신입 외교관 “두 국가, 비슷한 역사와 경제발전 거쳐”

3 days ago 7
“한국에 와서 느낀 점은 두 나라가 정말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겁니다. 역사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그 속에서 국가를 성장시켜 왔죠.”

헨 바손 이스라엘 외교관 후보생(30)은 21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사에서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는 질문에 같이 말했다. 바손 후보생은 이스라엘의 외교관 선발 프로그램인 ‘카뎃’에 합격해 교육 과정에 있다. 최근 그는 해외 현장 실습을 위해 일주일 간 한국에 파견됐다. 이스라엘은 우수한 자국 외교관 후보생을 교육 과정 중 주요 해외 공관에 파견해 현장 경험을 쌓게 한다. 한국도 파견 대상국 중 한곳이다.

헨 바손 이스라엘 외교관 후보생

헨 바손 이스라엘 외교관 후보생

이스라엘은 국제 무대에서 외교전과 첩보전을 중시하는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이 어떻게 외교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지 후보생에게 직접 물었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자국 외교관 채용 및 교육 과정에 대해 “군 파일럿만큼이나 까다로운 선발 기준을 자랑하는 엘리트 코스”라고 소개한다. 외교관 진입 경로도 카뎃 하나 뿐이다.

바손 씨는 이스라엘 벤구리온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면서 외교관의 꿈을 키워왔다. 바손 씨는 “카뎃은 외교관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관문”이라고 표현했다. 그 말대로, 카뎃은 이스라엘에서 외교관이 되기 위한 정규이자 유일한 양성 프로그램인 것. 지원자 수만 매 기수 2000 명 안팎. 이 중 실제 외교부 수습 외교관이 되는 이는 20여 명에 불과하다. 합격률이 1~2% 수준인 것이다. 바손 후보생 기수는 26명이 선발됐다. 합격률은 2%였다.

카뎃은 서류 심사부터 마지막 합숙 평가까지 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필기시험에서는 논리력, 언어능력, 시사 상식, 영어 및 제2외국어 능력을 종합 평가한다. 이후 소규모 그룹 활동, 면접, 다중 시나리오 평가, 심리검사, 신원조회가 이어진다. 군사 전략, 국제법, 경제 외교를 모두 다뤄야 하는 통합 시험이다 보니, 준비 기간에 보통 수년 이상 걸린다는 게 후보자들의 전언이다. 바손 후보생은 “주로 발표력, 커뮤니케이션 역량, 리더십, 협동심 등 현업에 가까운 능력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카뎃을 통해 선발된 예비 외교관들은 크게 두 가지 코스로 경력이 나뉜다. 바손 후보생이 속한 외교정치 트랙은 외교정책, 홍보, 문화교류 등 이른바 ‘정무 분야’를 담당하는 외교관을 길러낸다. 영사 트랙은 대사관·총영사관 운영과 민원 서비스 등을 담당할 인력을 육성한다. 6개월간의 카뎃 과정 수료 후에는 외교부 정규직이 아닌 수습 외교관으로 5년간 근무한다. 이 기간 동안 본부와 해외 공관을 오가며 실전 경험을 쌓고, 이후 정식 외교관으로 임명된다.카뎃에 합격한 외교관 후보생들에 대한 교육은 외교부 산하 기관에서 약 6개월간 진행된다. 국제정치, 유대사, 외교사, 언론 대응, 위기관리, 외국어 등 실무 중심 커리큘럼으로 구성된다. 한 주간 재외공관 실습도 포함돼, 수료 전부터 해외 업무를 직접 경험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한 주간 재외공관 실습 파견 지역을 까다롭게 고른다.

한국 외엔 영국, 프랑스, 키프로스, 오스트리아, 리투아니아, 세르비아, 싱가포르, 인도가 훈련 대상국에 들어간다. 이스라엘과 외교 안보 분야 협력국가이면서 지정학적으로 중요성이 높은 국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측은 “한국은 2024년부터 유엔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데다가 K-콘텐츠 등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높아진 점을 두루 감안해서 교육지로 선택했다”라고 설명했다. 바손 훈련생 역시 “한국이 최근 국제적인 위상이 빠르게 높아지는 국가라 특히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우호적인 관계도 교육 훈련지 선택 배경이 됐다. 양국은 주로 경제 안보 분야에서 협력이 두드러진다. 이스라엘은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다. 또한 기술 교류도 활발한 편이다.

바손 후보생은 “한국은 이번이 처음인데, 실제로 와보니 도시도 멋지고 사람들도 너무 따뜻하다.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배운 것들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과 한국이 비슷한 역사와 경제 발전 경로를 갖고 있다는 점에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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